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카레에 수면제 섞어 범행이용”

건장한 전 남편 제압 이유 규명

피해자 추정 뼛조각 모두 동물뼈

시신 못 찾으면 유죄 입증 난항

고유정 “성폭행시도에 우발적”

검찰 “계획적 인명경시 살인”

증거 부족에 집행유예 나올 수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드디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엄벌을 원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아직 피해자의 시신도 찾지 못하는 등 난관이 한 두 개가 아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우남준 부장검사)은 전날 고씨를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고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그간의 수사결과를 공개했다.

고씨는 5월 25일 오후 8시 10분에서 9시 50분 사이 제주 조천읍 소재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5)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고씨가 미리 구입한 수면제 ‘졸피뎀’을 카레에 희석한 뒤 피해자가 먹게 했고, 이윽고 잠든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으로 봤다. 182㎝의 건장한 피해자를 어떻게 고씨가 제압했는지 어느 정도 규명된 셈이다.

고유정 제주서 버린 물체 수색 중(제주=연합뉴스) 28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후 지난달 27일 범행 장소 인근 클린하우스에 버린 종량제봉투 내용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고유정 제주서 버린 물체 수색 중(제주=연합뉴스) 28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이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범행 후 지난달 27일 범행 장소 인근 클린하우스에 버린 종량제봉투 내용물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고 있다.

이후 고씨는 5월 26~31일 이 펜션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제주 인근 해상에 버리고, 고씨 가족이 별도로 소유한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에서 시신의 남은 부분을 훼손해 쓰레기 분리시설에 버린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후 고씨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인천 재활용업체와 김포 소각장 등에서 뼛조각을 발견,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맡겼지만 모두 동물 뼈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제주 구좌읍 쓰레기매립장에서도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를 찾아 국과수가 감정에 들어갔으나 기소 당일까지 결과가 나오진 못했다.

이렇듯 고씨가 치밀하게 시신을 훼손해 유기하면서 검찰은 끝내 시신 확인 없이 고씨를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시신은 살인 사건에서 핵심 ‘증거’인 만큼 재판에서 검찰이 고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을 전망이다.

범행 동기 역시 고씨가 진술을 거부하는 통에 여전히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

고씨는 지난달 12일 검찰에 송치된 후 경찰에서의 수사사항 언론 노출 등을 따지며 진술을 거하다가 최근엔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석 제주지검 차장검사가 1일 오후 제주지검 중회의실에서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 기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장기석 제주지검 차장검사가 1일 오후 제주지검 중회의실에서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 기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검찰은 고씨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 전 남편과의 자식을 현 남편의 자식으로 만들려는 집착, 현재의 결혼생활 유지 등 복잡한 감정이 혼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자신의 친아버지를 ‘삼촌’으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단편적인 예다. 아이에게서 철저히 전 남편을 지운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황만으론 동기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살인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참작동기 살인 4∼6년 ▲보통동기 살인 10∼16년 ▲비난동기 살인 15∼20년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 등으로 범행동기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고씨는 “전 남편인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입증할 증거로 오른손에 있는 상처를 제시하고 있다. 이 상처가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것이 고씨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고씨 측은 증거보전신청도 법원에 냈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방진복, 커버링, 덧신 등을 구매하는 모습. (제공: 제주동부경찰서)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방진복, 커버링, 덧신 등을 구매하는 모습. (제공: 제주동부경찰서)

만약 재판 과정에서 고씨의 우발적 범행 주장이 인정된다면 고씨가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검찰은 고씨 주장을 부정하고 있다. 검찰은 “고씨의 오른손과 복부, 팔 등에 생긴 상처 등에 대해 방어흔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일부는 자해흔 또는 공격흔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의 DNA가 남은 흉기 등 증거물이 89점에 달하고, 고씨가 범행 전 졸피뎀이나 니코틴 치사량, 성폭행 신고 미수·처벌 관련 등을 검색한 정황도 검찰은 이미 확인했다.

고씨가 범행 전 미리 흉기와 쓰레기봉투, 락스 등 처리 도구를 구입한 것도 고씨에겐 불리한 정황이다. 이를 모두 종합할 때 고씨가 계획적으로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을 벌였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과거 ‘시신 없는 살인 사건’에서도 중형이 선고된 적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범행 전 흉기와 청소도구 구매하는 고유정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출처: 연합뉴스)
범행 전 흉기와 청소도구 구매하는 고유정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출처: 연합뉴스)

2010년 부산에서도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당시 피의자가 20대 여성의 시신을 화장한 뒤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 한 영화 같은 계획으로 엄청난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범인 A(당시 40, 여)씨는 2010년 5월 24억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했고, 한 달 뒤인 6월 중순 대구의 모 여성쉼터에서 소개받은 B(당시 26, 여)씨를 부산으로 데려온 뒤 이튿날 새벽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살해했다.

A씨는 B씨의 시신을 태우고, 자신이 숨진 것으로 속이고 서류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려고 했지만 발각됐다. 당시 A씨는 경찰·검찰 수사, 재판 과정에서 사체은닉과 사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한결같이 살인혐의는 부인했다.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신이 없으니 부검을 통해 사인을 드러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점, 인터넷에서 독극물과 살인방법 등을 검색한 점 등을 미뤄볼 때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판단하고 A씨에 대해 내려진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오는 4일 제주교도소로 수사관 5명을 보내 고씨를 대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계속된 추가조사를 통해 고씨 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