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제1야당 수장이 된 황교안 대표가 취임한지 4개월이 지났다. 당초 당내외에서 우려됐던 야성(野性), 즉 대외 투쟁심에 관해서는 5월 장외투쟁을 통해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는 평을 받았지만 아직도 당 개혁에는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 대표로 선출된 후 당 지속적인 개혁을 선언하고 친박 세력과 일정 거리선을 유지해온 황 대표가 홍문종 의원 탈당 이후 친박계 재선의원인 박맹우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하는 등 ‘변화’ 대신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안정’에 신경쓰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나경원 체제에서 중대 목표는 한국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원내1당이 되는 일이다. 그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황 대표가 해결해야할 일은 첩첩산중이다. 그동안 인적 쇄신을 통한 당 개혁에 초점을 두어왔으나 한차례 당내 반발을 겪은지라 어정쩡한 상태로 있다. 그러다보니 보수세력 통합과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외연 확장은 목표로 둘뿐 즉각적인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인데다가 국회 공전의 책임마저 안고 있으니 황 대표가 이 고비를 어떻게 뚫어나갈지 정치권뿐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지켜보고 있다.

최근 아들 스펙 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황 대표가 지난 1일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이 모인 초월회 오찬 간담회 때 4개월 만에 모습을 나타낸 자리에서 국회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 여당에게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는 등 당 대표 역할론을 비쳤다. 같은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내년 총선과 관련해 강한 의지를 밝혔는바, “내년 총선은 최소 과반 의석을 얻어야 한다”는 게 황 대표가 발언한 핵심 내용이다. 최근 황 대표의 행보를 보면 당내 문제보다는 바깥 정국의 국면 전환 등 큰 그림 그리기를 시도하는 분위기인바, 차기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2위로 밀려난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 대표의 최근 발언으로 볼 때 제1야당 지도자로서 내년 총선에 거는 기대는 커 보인다. ‘최소한 과반수 의석 확보’의 바탕 위에서 ‘총선 압승’ 전략을 위해서는 당장 실현 가능성은 없겠으나 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을 품에 안고 자유 우파 대통합한다는 전제도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득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자유 우파의 단합이 절실하다는 것인바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황교안 대표가 먼저 실행해야 할 게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을 접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교훈을 되새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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