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작가/문화칼럼니스트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먹은 것이 사흘 지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소리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신년계획을 세운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날씬해지겠다, 담배를 끊을 것이다, 술을 줄이고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 저축을 하겠다, 착한 아빠가 되겠다는 등 저마다 당찬 포부를 안고 새해를 맞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되고 만다. 결심을 했지만 막상 실천하자니 힘들고 어려우니, 새해 계획은 내년에 다시 세우자며 잊어버리는 것이다.

새로운 일보다는 늘 해오던 것이 쉽고 편한 법이다. 습관이 무섭다는 것이 그래서 나온 말이다. 새로운 것을 하려면 무엇보다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 않던 것을 하려니 부담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뇌가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 뇌는 몸의 2% 밖에 안 되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25% 가까이나 쓴다. 조그만 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는 것인데, 그러니 뇌를 쓰는 것, 신경을 쓰고 마음을 쓰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습관대로 하면 뇌가 힘들지 않고 그래서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소주냐 맥주냐,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고민할 때도 그냥 평소 먹던 것 시키는 게 편하다. 수많은 음식들이 메뉴에 올라 있지만 새로운 것보다는 평소 먹던 것을 주문하는 것이다. 늘 가던 길을 가고, 늘 입던 옷을 입고, 늘 만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곧 뇌를 피곤하게 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바다에 사는 게 엄마가 게 자식들을 데리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우리 게들이 옆으로 기어가니까 다른 동물들이 비웃는다, 그러니 이제부터 우리는 앞으로 걷는 연습을 하자’ 하고 어린 게들에게 엄마 게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하여 엄마 게가 앞으로 걷는 시범을 보이고 새끼 게들이 열심히 엄마처럼 앞으로 걷는 연습을 한다. 그때 마침 갈매기가 게들을 향해 날아온다. 그러자 엄마 게는 언제 그랬냐는 듯,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옆으로 걸어 도망을 가고 말았다. 습관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그냥 하던 대로 해라, 생긴 대로 살라고 하는 것이다.

저서 <제 3의 물결>로 유명한, 3년 전 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생전 습관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는 ‘변화는 단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삶 자체’라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지만, 노조는 30마일, 정부는 25마일, 학교는 10마일, 정치는 3마일, 법은 1마일로 변화 한다’며 그 변화 속도의 차이 때문에 사회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되지도 않은 막말이나 이치에 맞지도 않은 헛소리, 뒷다리 긁는 해괴망측한 소리, 시대에 맞지 않는 하품 나는 소리,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엉덩이 이벤트 등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정치판 이야기를 보면, 토플러 말이 참으로 맞다 싶은 생각이 든다. 대화를 하자면서도 머리에 띠를 두르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늘 해오던 습관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뇌가 좀 힘들어도, 혁신이 필요한 곳에 혁신이 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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