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쿨하고 직설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평소 ‘통큰’ 마인드와 행동이 결국 불가능하거나 상상하기 힘든 역사적 사건을 실현시켰다. 트럼프의 행동에 중국이 놀랐고 일본은 상상하기 힘든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역사적인 6·30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남북미 정상 모두 큰 실리를 얻었다고 분석되고 있지만 영화 ‘판문점회동’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전격 성사시키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5월 두 차례 미사일 도발을 하며 긴장을 조성했지만 트럼프가 중재하고 나서며 다시 평화의 시대를 맞이한 듯하다. 그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남다른 트윗사랑을 보여주며 자신의 행보를 지속적으로 알려왔지만, 세계 제일의 독재자를 SNS를 통해 DMZ로 불러낸 결과물은 너무나 드라마틱했다. 자신의 예상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DMZ회동이 성사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역사적이고 훌륭한 순간이었다며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업적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번 DMZ의 남북미 회동은 트럼프이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다른 지도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남북미 회동이 기념 촬영이 아닌 진정한 외교여야 한다고 비판도 받고 내년 2020 대통령 재선을 겨냥한 의식적 퍼포먼스로 해석도 되지만, 비무장지대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적 행동은 조심스러워만 했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12년 3월 25일 DMZ를 방문했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쌍안경으로 북한을 관찰하며 “자유와 번영이 남북한만큼 극명하게 대조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미국 대통령의 행동과 같이 수동적이며 적극적이지 못했다. 트럼프의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번개 회동’은 이유야 어찌 됐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트럼프식 외교방식이자 다시 미래를 향해 함께 손잡고 걷자는 화합의 성과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유세 당시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대해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그의 약속이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그가 몸소 증명했다. 미국 땅을 아직 한 번도 밟지 못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의 백악관 초청을 수락하면 트럼프의 대선 공약은 지켜지는 셈이다. 미국의 이전 행동에 대해 비아냥거렸던 북한도 이번 회동만큼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조미’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께서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역사적인 악수를 하는 놀라운 현실이 펼쳐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언제 또다시 행동이 바뀔지 모르는 북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열어놓은 전격적인 회동으로 다시 돌파구를 찾은 비핵화 협상, 실무접촉으로 구체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역사적인 상징성과 한꺼번에 남북미 정상회동을 이끌면서 역시 노련한 협상가로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미국 대선에서 북한 핵 문제 등 외교적 현안은 경제 문제 등에 비해 유권자의 표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새역사를 기록한 트럼프는 또다시 미국을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이번 결과로 닫혀있는 남북사이의 문을 열어주고 비핵화와 평화를 유지하는 추동력을 만드는 지원군은 미국임이 판명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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