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경계석을 가운데 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관 Dan Scavino Jr. 트위터) 2019.6.30
30일 오후 3시 40분경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MDL) 앞에서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나 경계석을 가운데 두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관 Dan Scavino Jr. 트위터) 2019.6.30

양 정상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교착 장기화에 따른 비핵화 돌파구 마련

“트럼프, 북핵 관리 능력 확실하게 보여”

“김정은, 상당히 실용적… 실리 다 챙겨”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미 정상이 남북한 분단 66년 만에 비무장지대(DMZ)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에서 전격 회동한 가운데 양 정상의 ‘깜짝 만남’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국내 정치적인 상황과 두 정상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깜짝 만남을 넘어 사실상의 3차 정상회담까지 이어진 것은 교착 장기화로 야기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동시에 내부에 쌓인 불만과 불신 등 국내 정치 지형과 연계돼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9일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에서 트윗을 통해 깜짝 제안을 하고 김 위원장이 이에 화답하면서 이뤄졌다.

양 정상은 전날(30일) 회동에 앞서 ‘깜짝 만남’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사전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는 시선을 차단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29일) 여기(한국)까지 왔으니까 김정은 위원장에게 인사하면 어떻겠냐는 생각이 떠올랐다”며 “그래서 이렇게 (트윗으로) 이야기했더니 반응이 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이번 만남이 예정에 없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친서를 보내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는 말도 하더라”면서 “(나는) 아침에서야 (만남) 의향을 표시한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미 양국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장기간 답보 상태가 이어져왔다. 다만 최근 양정상이 친서를 주고받는 등 대화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는 점이 희망적이었다.

미국은 빅딜, 즉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대북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미국을 향해 “셈법을 바꾸라”고 압박했다. 북한의 스몰딜, 즉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와 미국의 동시적 병행적 비핵화가 팽팽하게 맞서왔다.

트럼프 대통령 2019.6.30
트럼프 대통령 2019.6.30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전격적으로 제안한 배경에는 미국 국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미 조야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김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불러내 조우함으로써 북한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며 “미 조야의 북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대미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선거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더해졌다. 미국 내 재선 스케줄에 맞춘 전술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트럼프의 제안은 26~27일(현지시간) 민주당 TV 토론이 끝난 직후로 민주당 경선이 부각되려는 순간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과 짧은 방북까지 숨가쁜 일정을 성사시킴으로써 대선 경쟁자들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돌려세웠다. 그 맥을 끊어버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대선 과정에서 약 1억 8000만명 이상이 시청하는 CNN 등 언론의 뉴스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에 초대할 경우 올 것이냐 말 것이냐, 김여정은 오냐 안 오냐, 야구장은 방문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 이 문제로 두세 달은 뉴스로 도배가 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으로 전개된다면, 민주당의 어떤 수퍼스타가 나와도 사실상 트럼프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문점 회동’을 리얼리티 쇼라고 비난한 빅터 차 교수의 발언과 관련해선 “굉장히 순진한 해석”이라며 “미국 정치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그걸 비난할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굳이 표현한다면 좋은 의미의 쇼라고 할 수는 있겠다”고 덧붙였다.

판문점 북미 정상 ‘역사적인 만남’(판문점=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판문점 북미 정상 ‘역사적인 만남’(판문점=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정치적 이득도 만만치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회담에 앞서 “(판문점은) 북과 남에게는 분단의 상징이고, 또 오랜 적대 관계였던 우리(북미)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이번 만남이) 앞으로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만남 수용 배경을 밝혔다.

하노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 노선을 연일 강조하고 독려해 왔다. 비핵화를 내부적으로도 공식화한 지 1년이 넘도록 협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내부에 쌓인 불만과 피로감 해소를 위해 내부 결속을 단단히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북미 간 대치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남을 제안하고 직접 판문점까지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상당히 좋은 선전용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국이 더 이상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알림으로써 자신의 전략적 결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과 나아가 통치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선 “시진핑 만나고 (트럼프가 부르자) 뛰어 내려온 것 아니다. (김 위원장의 경우) 상당히 실용적이고 개혁적인 성향인건 확실한 것 같다”면서 “중국과도 양국 관계를 돈독하게 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정상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북핵 협상 돌파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실리를 다 챙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양대 수퍼파워를 자기 주도대로 끌고 가는 것 아니냐. 밉기는 하지만...”이라고 부연했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회동을 하는 장면을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30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회동을 하는 장면을 시청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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