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한글세계화운동총본부 뉴질랜드 본부장
 

뉴질랜드에는 3가지 키위(Kiwi)가 있다

길고 흰 구름을 가진 나라, 남반구의 뉴질랜드! 친절한 국민성, 깨끗한 공기, 천혜의 대자연,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보는 나라 등 뉴질랜드를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게다가 다민족, 다문화를 형성하고 있어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대륙과 멀리 떨어진 관계로 다양한 영역에서 특이한 점도 갖고 있다. 독충이나 뱀이 서식하지 않는 반면 넓은 목초지엔 양 6000만 마리, 소 700만 마리가 방목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목장으로 불릴 만큼 초식동물이 주를 이룬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기 정착민들의 경우 유럽인들로부터 유럽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음에도 팁 문화가 없다.

자연을 보호하고 가꾸려는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으로 공해 없는 국가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잘 보존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든 감독 피터잭슨(Peter Jackson), 세계 최초로 번지 점프를 구상하여 사업화한 사업가 에이제이 하켓(AJ Hackett)도 뉴질랜드인이다. 이렇듯 뉴질랜드인들은 창의력이 뛰어나다. 이는 지리적으로 고립돼 있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또 기술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과일 키위의 외형을 보면 뉴질랜드의 국조인 키위새와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6.28
과일 키위의 외형을 보면 뉴질랜드의 국조인 키위새와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19.6.28

우리가 보통 ‘키위’라고 말할 때 과일 키위를 연상한다. 하지만 뉴질랜드에는 3가지 종류의 키위가 있다. 과일 ‘키위(Kiwi fruit)’, 뉴질랜드 국조(國鳥)인 ‘키위새(Kiwi bird)’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현지인 ‘키위(Kiwi)’다. 심지어 뉴질랜드 영어를 ‘키위 영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에겐 양다래 또는 참다래라고 불리는 과일 ‘키위’는 풍부한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다. 그래서 고혈압, 당뇨, 혈관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과일 키위의 재배지는 중국 남부였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초 뉴질랜드에 전해졌다. 현재 뉴질랜드에서의 키위 생산량은 전 세계 키위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야말로 키위 천국이라 할 정도다.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과일 키위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렇다면 어떤 연유에서 과일 이름을 ‘키위’라고 짓게 됐을까. 과일 키위의 외형을 보면 뉴질랜드의 국조인 키위새와 유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다. 키위새는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희귀새로 뉴질랜드의 국조로 보호받고 있다. 총 6종의 7만 3000여 마리의 키위새가 서식하고 있다. 특징이라면 날개가 퇴화돼 없으며 야행성 조류로 보기가 쉽지 않다. 외형은 닭보다 작으며 몸길이는 약 40㎝ 정도로 포유류와 유사하다. 더욱 특이한 점은 놀랍게도 선혈이 없는 짙은 녹색 근육과 지방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키위새는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희귀새로 뉴질랜드의 국조로 보호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8
키위새는 뉴질랜드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희귀새로 뉴질랜드의 국조로 보호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8

‘키위새’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있다. 바로 수컷의 울음소리에서 비롯됐다. ‘키위키위’하고 우는 수컷의 소리를 듣고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kiwi’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현재는 국조로서 보호받고 있지만 과거 키위새는 마오리족에게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마오리족에게 음식으로서 포만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사냥감으로 선택되지 못했다.

키위새는 독특한 부화과정을 거친다. 알이 부화할 때까지 수컷이 3개월 동안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끼 또한 일정기간 돌본다. 그래서 가사와 양육에 협조적인 남편을 일컬어 ‘키위 허즈번드(Kiwi husband)’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뉴질랜드인들을 키위라고 부르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키위새가 국조로서 보호받는 것처럼 자신들도 그렇게 가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절로 키위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키위새가 짙은 녹색 근육과 지방으로 이뤄져 있다는점, 수컷의 울음소리가 ‘키위키위’라는 점, 또 외형이 과일 키위와 유사한 점 등은 과일 ‘키위’와 키위새의 연관성을 더욱 짙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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