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천지팟에 출연한 국악인 정윤형씨가 녹화에 앞서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7
[천지일보=남승우] 천지팟에 출연한 국악인 정윤형씨가 녹화에 앞서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7

4살에 말 트이고 지금까지 소리길
2살 때 본 전주대사습놀이 ‘장원’
“더 열심히 나의 소리 찾을 것”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판소리 명창·명인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젊다. 그러나 부르지 않기엔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

천지팟의 에피소드 ‘수다스런 배우들의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 시즌2(수배중)’의 27일 방송분에는 국악인 정윤형(국립부산국악원 성악단 단원)씨가 출연했다.

정씨는 젊지만 소리꾼으로서의 시간은 벌써 20년차다. 96년생으로 올해 24살인데 입문 20년이 어떻게 가능할까?

국악이란 장르는 입문시기가 원래 빠르다. 늦어도 초등학교 졸업전에는 소리를 시작해야 프로 소리꾼의 길을 갈 수 있단다.

정씨는 그 중에서도 시작이 빨랐다. 고향이 전라도인 정씨는 두 살 때 아버지 무릎에 앉아 전주대사습놀이 대회를 접했고 그걸 본 다음 날 휴지를 풀어서 살풀이를 추고 바가지를 북삼아 장단을 맞춰 놀았단다.

집안이 원래 소리와 가까웠고 큰 할아버지가 명창이셨던지라 크게 기이한 일은 아니었다. 3살 때 스승 명창을 찾아 얼굴을 뵈었더니, 말이 트이면 찾아오라 했단다. 진짜 4살 때 말이 트이자마자 다시 찾아가서 그렇게 소리를 시작했다.

일반인의 눈에는 신동이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스토리다. 실제 방송이나 공연에서 정씨의 공연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젊은 나이에 저런 소리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시작이 이렇게도 빨랐던 것이다.

“저희 국악이 조기교육이 발달돼 있는데 그래도 4살은 빠르긴 하죠. 소리는 특히 연륜 싸움이라고 해서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실력이 더 좋아진다고 해요. 오래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예술이기도 해요.”

익을수록 더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는 예술이니 시작이 빠를 수 밖에 없는 것. 20년간 소리 공부를 했으니 몸은 앳되어도 목소리는 두 배로 나이를 먹은 것이다. 정씨의 눈빛과 소리할 때의 기개는 오랜 연륜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날 사복을 입은 정씨의 모습은 키 190cm 훤칠한 키에 아이돌이라 하면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용모다. 이러한 점은 전통 판소리를 대중과 더 잘 소통할 다양한 장점을 가졌다 볼 수 있겠다.

전라도 광주 태생인 정씨는 동편제와 서편제의 장점을 수용해서 만든 보성소리를 하고 있다.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는 서편제 양식을, 춘양전은 동편제 계보를 따르는 식이다.

딱딱 끊어지는 대마디 대장단으로 남성적인 호방한 멋이 두드러지는 동편제의 소리와 여성적이고 섬세해 마치 그림 잘 그리는 화가의 부드러운 붓질처럼 유려한 서편제의 소리를 잘 융합한 소리가 바로 보성소리다.

어떤 소리일까. ‘수배중 정윤형 편’ 영상에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정씨의 나이면 한창 군복무 중일텐데, 2살에 소리꾼에 눈을 뜨게 했던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대회에서 2017년 장원을 따내면서 그는 군면제를 받았다. 현재 예술 체육요원으로 군복무 중인 정씨는 말하자면 예술계의 금메달리스트다.

판소리가 아직 세계 대회가 없어 석권할 기회가 없었을 뿐, 우리나라 모든 유명대회에서 일등을 싹쓸이 해왔다.

판소리가 싫어진 적은 없었을까? “중3때 슬럼프가 크게 와서 1년간 아예 소리를 안 했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서 부모님도 모르는 사실인데요. 학교 끝나면 놀러다니고 피씨방가고 노래방가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다시 소리가 좋아지더라고요.”

1년 정도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이후로는 지금까지 한 길을 걸어왔다. 판소리계에서 송소희씨처럼 젊은 스타가 배출된 바가 있고, 모든 면에서 스타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정씨의 앞으로의 계획은 “더 열심히 나의 소리를 찾는 일”이라고 했다.

뮤지컬 쇼프로 등 가리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는 일도 이어갈 것이라는 그는 이날 방송에서 대한민국 젊은 소리꾼의 역량을 유감없이 풀어갈 것이란 기대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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