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나홀로족(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나홀로족↑’ 긍정 반응 86%

‘1인족’ 위한 식당·카페 인기

“인간관계 스트레스 벗어나”

개인형 O2O 서비스 대중화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혼자서 밥 먹고 생활하는 게 더 편해요. 굳이 꼭 사람들이랑 같이 생활을 할 필요가 있나요. 남 눈치 보지 않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하는 게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2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1인 식당에서 홀로 점심을 먹고 있던 이미진(27, 여)씨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홀로 밥이나 술을 먹고 영화를 보는 등 혼자서 무엇인가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명 ‘혼족’이라고 자신을 일컬으며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최근 나홀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명 ‘나홀로족’이 증가하고 있다. 나홀로족은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1인 가구’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스스로 혼자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나홀로족’ ‘1인족’ ‘혼족’ ‘YOLO(욜로)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홀로족이 근래에 주목을 더 받게 된 계기는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tvN 드라마 ‘혼술남녀’가 화제가 되면서다.

'나홀로족'이 증가하면서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출처 : 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쳐)
'나홀로족'이 증가하면서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가 인기를 끌고 있다.(출처 : MBC 나혼자산다 방송 캡쳐)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혼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유를 누리는 삶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매체를 통해 방영되면서 더욱 이들의 삶을 표방하고 싶은 열망이 드러나게 된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일부 제기됐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인체제(나홀로 활동)’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홀로족 증가는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다’라는 의견이 86.9%로 ‘나홀로족’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비율이 90%에 가까웠다.

또 나홀로족에 대한 이미지 평가에 대해 조사해 본 결과, ‘자유롭다’가 44.1%로 가장 많았고 ‘즐길 줄 안다’가 31.5%, ‘당당하다’가 30.8%, ‘여유롭다’가 27.5%, ‘자립심 강하다’가 25.7%로 나타나는 등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혼족'이 최근 혼자서 자주하는 활동 조사 관련 통계자료(출처 :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혼족'이 최근 혼자서 자주하는 활동 조사 관련 통계자료(출처 :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나홀로족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정말 많을까. 본지는 이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한 대학가를 찾아 홀로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직접 확인해 봤다. 1인족 전용 식당으로 유명한 A식당에는 점심시간대에 맞춰 혼자 밥 먹으러 온 사람이 입구에서부터 줄지어 있었다.

식당 내 대다수가 핸드폰을 보면서 혼자 밥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1인족 전용 식당답게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세워져 있었고 사람 간 대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하는 소리만 들렸다.

혼자서 밥을 먹기 시작한 지 5년 됐다는 한승호(가명, 남)씨는 “처음에는 혼자서 밥 먹는 것이 어색했는데 한두 번 먹다 보니 편해졌다”며 “남 눈치 보지 않고 혼자 밥을 먹으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영(30, 여)씨는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혼자서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맞춰줘야 하는 것이 너무 큰 스트레스라서 혼족 생활을 시작했다”며 “남보다 내가 중요하기 때문에 나를 위한 삶을 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시민이 ‘혼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시민이 ‘혼밥’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

식당뿐만 아닌 다른 곳에서도 나홀로족을 목격할 수 있었다. 혼족이 많이 찾는다는 B카페는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던 박미혜(가명, 여)씨는 자신을 개인주의자로 일컬으며 공동체 속에 얽매여 살아가는 것이 갑갑하다고 했다.

그는 “시대가 개인주의 사회로 흐름이 바뀌면서 나홀로족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앞으로 나홀로족이 계속 증가하면 했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와 달리 혼족 증가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진규(37, 남, 서울 서대문구)씨는 “요즘 대체로 개인주의를 선호하다 보니 자신만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며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면서 이기주의가 팽배해진 것 같아 현대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1인족을 위한 생활밀착형 개인형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중 하나인 '크린바스켓' (출처 : 크린바스켓 공식 홈페이지 캡쳐)
1인족을 위한 생활밀착형 개인형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중 하나인 '크린바스켓' (출처 : 크린바스켓 공식 홈페이지 캡쳐)

한편 나홀로족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트렌드의 문화가 나오고 있다. 1인용 포장 반찬 배달이 급증하면서 배달 어플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으며, 1인족을 위한 가전제품, 싱글족 여행상품, 혼밥 전문식당 등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 및 서비스가 다양해졌다.

또 방문 수거세탁 서비스와 청소 대행 서비스, 이사서비스 등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인 개인형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도 보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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