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홍콩 주재 영국영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우산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출처:뉴시스)

26일 홍콩 주재 영국영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우산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을 경찰이 강경 진압해 부상자들이 속출하자, 영국이 홍콩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최루탄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이 홍콩 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 사태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최루탄 등 시위 진압 장비의 홍콩 수출을 허가하는 면허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헌트 외무장관은 홍콩 행정당국에 경찰의 시위대 폭력진압 의혹에 대한 독립적 진상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루탄 등 군중통제 장비의 홍콩 수출 허가 발급을 중단했다면서, 조사를 통해 홍콩 시민의 인권과 기본권적 자유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 수출을 재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은 영국의 행동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1997년 7월 1일 홍콩이 반환된 후 홍콩의 일은 중국 내정”이라면서 “영국이 최근 홍콩에 대해 제멋대로 간섭하는데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과 반대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영국이 홍콩과 중국 내정에 어떤 방식으로든 간섭하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2일 수만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이자 홍콩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8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홍콩 경찰은 시위 참여자 32명을 체포했으며, 캐리 람 행정장관과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해 시민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경찰은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까지 최루액을 뿌리고 욕설을 하며 사진 촬영을 방해했다. 온라인에는 눈에서 피를 흘리는 시위대와 쓰러진 시민을 집단 구타하는 경찰의 모습 등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들이 올라왔다.

걷잡을 수 없이 여론이 들끓자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16일과 18일 거듭 시민에게 사과했지만, 송환법의 완전한 철회나 행정장관 사퇴는 거부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홍콩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편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홍콩 시위대는 홍콩 문제에 국제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시위를 거론해 중국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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