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지부가 4일 오전 자승 전 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출처: 불교닷컴)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지부가 4일 오전 자승 전 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출처: 불교닷컴)

조계종에 ‘부당노동행위’ 판정
종단, 중노위에 재심청구 방침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대한불교조계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최대 종파 대한불교조계종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26일 조계종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는 조계종 노조 상급단체인 민주연합노조가 올 3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과 관련해 이 같은 판정을 내렸다.

판정서에서 지노위는 “사용자(조계종)가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응하지 않은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용자는 즉시 노조가 요구한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지노위는 조계종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판정서 내용을 담은 공고문을 15일 이상 사업장 게시판에 게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이번 지노위 판정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앞서 조계종노조는 지난해 9월 20일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의 하위 지부 형태로 설립하고서 조계종 총무원에 3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계종 총무원은 그때마다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고 노조 요구에 불응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노조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낸 뒤에야 지노위에 단체교섭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지만, 지노위에서는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노위는 “단체교섭권 등 노동 삼권은 당연히 보장되는 기본적인 권리로 노조가 사용자에게 교섭요구를 할 경우에는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사용자의 노조에 대한 인정 여부, 정당화될 수 없는 내부 사정이나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는 사용자의 개별적 의지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노위는 “사용자는 단 한 번도 교섭에 응하지 않은 사유에 관해 노조에 설명하거나 양해를 구한 사실이 없이 일절 응답을 하지 않았다”며 조계종이 부당 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조가 사내게시판 역할을 하는 ‘지대종’에 노조 명의로 올린 글을 종단에서 임의로 삭제해 부당 노동행위라는 주장은 지노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노위는 “사용자의 승낙 없이 사내 전산망을 이용한 조합 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기는 곤란하다”는 등의 이유로 노조 주장을 기각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노조가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생수(감로수) 비리로 고발하자 심원섭 지부장과 인병철 지회장 등 노조 간부 2명을 해고하고, 심주완 사무국장과 박정규 홍보부장에게는 각각 정직 2개월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처분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노조가 법원에 제기한 해고 무효 관련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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