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유엔총회 참석 계기로 마련된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모습. (출처: 뉴시스)
지난해 9월 미국 유엔총회 참석 계기로 마련된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모습. (출처: 뉴시스)

靑 “아직 준비 안 된 듯”

과거-미래 ‘투트랙’ 유지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이틀 전 청와대가 한일 정상회담 무산을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해 책임론을 비켜가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정치 쟁점화 할 의도가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G20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됐는가’라는 질문에 “한일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항상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일본이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청와대가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산의 책임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줄곧 가능성을 열어뒀던 청와대가 한일 정상회담의 무산과 함께 그 책임을 일본으로 돌린 것은 최근 일본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와 연관돼 보인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일 일본 국회에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측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출처: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2019.2.1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일 일본 국회에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측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출처: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2019.2.1

아사히는 지난 12일 “강제징용 문제로 G20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만일 한일 정상이 접촉한다면 단시간 서서 이야기 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지난 19일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성과 있는 회담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G20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기로 한 방침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청와대는 G20 기간 중 약식 회담 형태로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G20) 현장에서 일본 측에서 만나자고 요청을 해오면 우리는 언제든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G20 주최국의 제안에 따라 양자회담을 가져왔던 관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일본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양자회담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우리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없다. 우리는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는데도, 그쪽(일본)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G20 주최국으로서 양자 회담을 제안하지 않은 일본 정부 탓에 무산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한일 양국의 이해관계 속에 피차 소극적이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의회 제2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의회 제2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G20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본격적인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기 위해 당장 급한 현안이 걸려있지 않은 한일 정상회담을 후순위로 미룬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당초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를 위해 한일 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 목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가시적 성과를 담보하기 힘든 양자 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도 중론이다.

청와대는 당분간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전면에 직접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지금과 같이 외교부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풀어간다는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 문제와 미래지향적 협력은 별개의 사안으로 ‘투 트랙’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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