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요즘 정치인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현실정치의 작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은 싸늘하다. 그렇지만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의 행태는 독야청청(獨也靑靑)한 기색이다. 여기서 ‘독야청청’하다는 것은 정치인 저 홀로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착각을 가진다는 필자 나름 해석이다. 누가 뭐라든 어차피 제도정치 체제하에서 정치는 자신들의 전유물이니까 행동에 거리낌이 없다. 수가 틀리면 막말을 퍼붓고 잘못된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걸고넘어지면 되는 일이다. 그런 정치를 하는 게 국민들은 삼류정치로 알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것을 잘 모른다.

현대 민주주의 하의 정치는 ‘정당정치’로 특정지어지고 귀결된다. 또한 정당정치가 의회정치로 연결되다 보니 정당에서는 거칠 것이 없다. 이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구애받지 않고 원내정당들이 정치를 쥐락펴락한다. 양대정당 하에서는 더욱 그렇다. 거대 정당이 실권을 갖게 되는 현실의 양당정당 정치에서 임기가 보장된 지도부를 관장하는 정치인들은 사실상 양당정치를 고수한다. 그런 잘못되게 흘러가는 기득권에 묻혀 답습적인 정치적 행보를 나서는데 주인인 ‘국민’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으니 분명 잘못된 정치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나라의 의회에서 몇 달을 놀고먹어도 꼬박꼬박 고액의 세비를 주는 나라가 있는지, 필자가 알고 있는 바는 아마 한국의회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틈만 나면 선진제도의 도입을 부르짖으면서 사례로 드는 의회민주주의 성지. 영국을 봐도 의원들이 받는 대접은 시원치가 않다. 운전기사는커녕 유류대 등 지원이 없으니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의원들도 수두룩하고, 다선의원이 아니면 보좌관이나 사무실도 없이 혼자서 의정자료를 챙겨야할 정도다. 거기에 비해 한국정치인들은 세계 최상위 수준의 의원세비에다가 보좌직원 등 그야말로 최고 수혜다.

정당정치는 국민에 대한 책임이 우선이다. 그렇건만 거대정당들은 원내를 장악하면서 정당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은 지지 않고 권리만을 누리려 한다. 의회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의 권익보호가 강화하기 위해서 정당정치를 발전시키고 사실상 정치를 정당의 몫으로 돌리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선량(選良)들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의원세비 등 특혜를 위임했건만 정치인들은, 거대정당 지도부에서는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안위에 초점을 맞춰 정치 행각을 벌인다.

지금 국회 내 구성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가 맞닥뜨린 현실로 볼 때에 이 같은 거대 정당의 반(反)작용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정개특위는 선거제도를 비롯해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바, 현재 정개특위가 처해진 상황만 봐도 정당이 정치 개선과 국민권익 보호를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된 선거제도 개선이 이뤄져야하건만 이달 말로 운영 기한이 끝나는 정개특위 연장을 두고 여야 4당과 한국당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적극 활동을 벌였던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난후 동병상련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협조를 받아 특위 활동은 적극적이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해 지금까지 총 10차례의 전체회의, 24차례의 소위원회 활동과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정치개혁 작업을 추진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당에서는 정치개혁을 하게 될 경우 차기 총선에서 당하게 될 불이익 등 문제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달 말이 시한이 닥치는 정개특위의 기한 연장을 두고 불가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한국당에서는 “선거제도 개선은 제1야당의 참여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실상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국회 원내대표들이 정치개혁특위 구성을 합의했으나 한국당이 두 달 넘게 특위 위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고, 가까스로 위원회를 구성하고도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소극적이었던바 이는 정치개혁을 하지 말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야4당이 합의한 연동제 비례대표제가 가미된 선거제도 개혁이 조속히 해결돼야 하지만 한국당의 반대 기류에 막혀 특위 연장조차 어려운 처지가 됐다.

내년 총선까지는 9개월 정도 남았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고 정치인의 의무가 강화된 새로운 정치제도 하에서 진정 국민을 위하고, 정당적 이익보다는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선량들이 대거 선출돼 선진정치 대열에 나서야한다. 그렇게 되려면 국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돼 정개특위 기한을 연장하고 국민을 위한 좋은 선거제도가 만들어져야한다. 그 일에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제1야당 한국당의 개과천선이 있어야하겠다. 기득권에 취해 지금까지 선거 개혁에 어깃장 놓고, 의정 합의 후에 뒤집는 등 3류정치에 몰두해온 한국당이 정치개혁에 적극적으로 임해 한국정치의 지형을 바꿔야한다. 그것이 바로 제1야당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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