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찰 눈앞서 사고내고 도주까지’… 제2 윤창호법 음주단속 ‘천태만상’
[르포] ‘경찰 눈앞서 사고내고 도주까지’… 제2 윤창호법 음주단속 ‘천태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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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더 세게 불어라” “숨 차서 못 불겠다” 실랑이 이어져

과거 면허정지 수치였지만… 강화된 기준에 취소되기도

“전날 술 마셨다” 주장에도 음주측정돼… 숙취운전 주의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세게 불으셔야 돼요. 더 세게 부세요.” “아 숨이 차서 못하겠다니까… 담배 하나만 핍시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무슨 풍경인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아니면 몇 번 경험한 익숙한 풍경일 지도 모른다. 바로 심야시간 벌어지는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 모습이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제2 윤창호법’이 25일부터 시행됐다. 경찰은 강화한 법을 토대로 오전 0시를 기해 두 달간 전국음주운전 특별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실제 0시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경찰관들은 음주단속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날 단속을 시작한 지 4분 남짓 지났을까. 벌써 음주 첫 의심자가 나타났다. 경찰은 1차적으로 음주감지기를 통해 음주 ‘의심자’를 가려낸다. 그런데 이 감지기 측정에서 ‘삐’소리가 울린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택시기사 A(60대, 남)씨는 “난 빵하고 우유밖에 먹은 게 없다”며 음주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감지기가 울린 이상 2차 측정을 피할 수는 없었다. 두 번째 측정은 ‘음주 측정기’로 한다. 사람들이 흔히 “더 더 더 부세요”라는 말과 함께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 기계다. A씨는 빨대모양의 음주측정기 입구에 숨을 불어넣었지만, 제대로 측정되기엔 약했다. 한 동안 경찰관과 A씨와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제대로 안 하면 음주측정 거부가 된다는 말에 결국 A씨는 있는 힘껏 불었고, 혈중알코올농도 0.022%가 나왔다. 강화된 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부터 면허정지다. 다행히 기준을 밑돌아 A씨는 훈방조치 됐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가 술을 마신 건 지난 23일. 하루가 더 지났지만 여전히 숙취가 남아 있었다. 이정관 서울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위는 “고령이면 남보다 숙취가 오래갈 수 있다”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운전자 주장이다. 단속을 하다보면 항상 음주운전자들은 자신의 음주사실을 줄여서 말한다”라고 밝혔다.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의 “찍지마 XXX야”라는 욕설과 함께 단속은 계속됐다. 이날 단속의 첫 음주운전자는 단속시작 50분 뒤쯤 나왔다. 측정결과 B(30대, 남)씨는 혈중알코올동도 0.083%가 나왔다. 면허취소 수치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B씨의 진술에 따르면 홍대 인근에서 데킬라 4잔을 마신 그는 술자리를 끝낸 지 한 시간 만에 운전대를 잡았고, 결국 단속에 걸리고 말았다.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인 듯 B씨는 순순히 절차에 응했다.

특별단속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단속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불과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흰색 다마스 차량이 후진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일이 발생했다. 마침 전방을 주시하던 한 경찰관이 이 장면을 포착했고, 경찰관들은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운전자는 차량에서 내려 도주하려했으나, 얼마 못 가 경찰들에게 붙들렸다. 경찰들 손에 붙잡힌 운전자 C(50대, 남)씨는 음주측정을 피할 수 없었다. 음주 축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150%가 나왔다. 면허 취소 수치를 훨씬 넘어섰다.

C씨의 말에 따르면 그는 합정역 근처에서 단속에 걸리기 불과 10분 전까지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셨다. 하지만 독산역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기어코 운전석에 앉았고, 불과 몇 미터를 가지도 못하고 사고를 내고 말았다.

그의 인적사항을 조회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C씨는 2015년에 이미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무려 4년간을 무면허로 운전한 것이다. 결국 그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사고 등) 등 혐의로 경찰서에 임의동행하게 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한 운전자가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돼 차량에서 내려 경찰을 따라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한 운전자가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돼 차량에서 내려 경찰을 따라가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이정효 팀장은 “C씨 같은 경우 개정된 법에 따라 아주 무거운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 팀장은 “언론에 많이 홍보돼서 단속 첫날인데도 예상보단 양호했던 것 같다”면서도 “(단속에 걸린 이들처럼)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은 만큼 경찰관들도 주변에 계속 알리고 있고, 언론도 지속적으로 홍보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숙취운전도 위험하다. 아침에 나는 사고 대부분이 숙취에 의한 음주사고”라면서 “술을 마셨다면 하루 정도는 차를 안 가져가는 게 제일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적발된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 수치. 0.150%로 면허 취소 기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적발된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 농도 수치. 0.150%로 면허 취소 기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그러면서 “간혹 억울하다며 체혈검사를 하자는 분도 계신데 더 정확한 검사인만큼 수치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며 어떻게 하든 술을 마셨다면 적발된 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음주운전 면허 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 이상, 면허 취소 기준은 0.1%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음주운전 처벌 수위도 높아졌다.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0.03~0.08%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0.08~0.2% 징역 1~2년, 벌금 500만~1000만원 ▲0.2% 이상 징역 2~5년, 벌금 1000만~2000만원의 처벌을 받게 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2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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