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 사옥의 구내식당에서 경영진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 사옥의 구내식당에서 경영진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광폭 현장경영’ 행보로 주목

비전자 계열사 현안까지 점검

삼성물산 식당서 직원과 오찬

대내외 불확실성에 ‘정면돌파’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전자 계열사에 이어 비(非)전자 계열사까지 직접 챙기는 등 광폭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삼성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했다. GEC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삼성엔지니어링 등 삼성의 건설 계열사가 자리해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핵심 경영진과 회동했다. 회의를 마친 뒤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직접 식판을 들고 배식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 사장단과 연이어 간담회를 여는 등 위기 경영을 직접 챙기는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룹의 총수로서 비전자 계열사까지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방문과 관련해 26일 방한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와 청와대 회동을 앞두고 중동 플랜트 등 건설사업 등에 대해 논의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사우디가 ‘중동판 실리콘밸리’로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사업 ‘네옴 프로젝트’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물산이나 엔지니어링과도 연관성이 크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일과 13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DS(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 사장단을 이번 달에만 두 차례 소집해 시스템반도체 투자 집행 계획 등을 직접 챙겼다.

14일에는 수원사업장에서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과 경영전략회의를 가졌고, 지난 17일에는 삼성전기 수원 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신사업 경쟁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이와 같은 행보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열어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하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4년 5월 쓰러진 이건희 회장은 이례적으로 경영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우선 내부적으로 삼성전자가 우려하는 것은 반도체 침체 장기화에 따른 실적 악화다. 올해 초 반도체 업계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전망은 빗나갔다. 이에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선고가 임박한 것도 이 부회장에게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적정성 논란으로 번져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삼성의 위기론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외부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두 나라에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삼성전자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비전자 계열사의 경영전략까지 직접 챙기는 상황과 관련해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삼성전자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