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우리 몸은 60조개나 되는 많은 수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세포의 핵 안에는 어머니의 난자와 아버지의 정자로부터 각각 23개씩 물려받은 46개의 염색체(2n=46)가 들어 있다. 그리고 이 염색체들에 우리 모습이나 체질, 성격, 질병에 대한 반응성 등을 나타내는 유전자가 간직돼 있다.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DNA는 두 가닥의 사다리가 꼬인 나선 모양의 구조로 각 가닥은 당과 인산에 염기가 연결된 뉴클레오티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 두 가닥의 뉴클레오티드는 A(아데닌), C(시토신), G(구아닌) 및 T(티민)이라는 네 가지 염기의 결합에 의해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는데, 이때 A는 T와, G는 C와 연결이 된다. 

하나의 세포 안에 들어 있는 23쌍의 염색체에 놓여있는 뉴클레오티드에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이 나란히 배열돼 있다. 이런 염기서열 전체는 게놈(유전체, genome)이라고 부르며, 게놈의 염기서열은 99.8~99.9%가 사람마다 서로 일치한다. 그래서 두 눈, 두 귀 그리고 하나의 입과 코가 위치하는 얼굴이나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수와 같은 일반적인 외형은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개인이나 인종에 따라 유전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유전자 다형(多型)’은 사람의 전체 염기서열 30억 쌍 중 0.1~0.2% 정도인 300만~600만 개의 염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사람의 게놈 지도가 완성되며 뉴클레오티드에서 하나의 염기가 차이를 보이는 ‘단일염기 다형성’인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가 주목받으며, 우리가 일상에서 알아두어야 할 상식으로 다가와 있다. 

SNP는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는 DNA 가닥에서 특정 부위의 염기 하나가 달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실례로 어떤 사람은 특정 부위 염기가 아데닌(A)인데 비해 다른 사람은 구아닌(G)을 가지고 있다면 A에는 T가 연결되지만 G에는 C가 연결되어 차이를 보이게 된다. 30억 쌍이나 되는 염기 중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단 하나의 염기 차이에 의해 각 유전자의 기능이 달라질 수 있고, 이들의 작용으로 외모나 성격이 다르게 나타나거나 질병에 대한 감수성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SNP의 차이에 의해 질적 양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유전자의 기능은 외모나 성격은 물론 질병이나 알레르기 등에 대한 저항 정도, 특정 약물에 대한 민감성이나 부작용 등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독감이 유행할 때 사람에 따라 독감에 걸리는 정도의 차이나 치료 시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에도 SNP의 차이가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얼굴 크기가 서양 사람에 비해 여자는 98%, 남자는 92%로 작고, 서양인에 비해 위암과 간암에 더 잘 걸리는 것도 SNP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인류가 겪어온 그리고 앞으로 겪어나가야 할 많은 질병들은 유전자와 연계돼 있으며, SNP는 이런 질병 발생에 대한 체질 분석, 체질에 따른 약효 검증, 특정 약물의 감수성이나 부작용 여부 등의 분석에 널리 이용될 수 있다.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SNP가 이용될 경우 특정 질병에 대해 똑같은 처방을 하는 치료법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체질이나 개성에 따라 그 사람에게 어떤 약물이 효과가 있으며, 약물은 얼마나 투여해야 할지 그리고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처방하는 ‘맞춤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 

질병의 원인이 밝혀지면 치료제의 개발이 시작되고, 그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개발해 효능 검사와 함께 동물실험과 임상실험을 거쳐 효능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제의 개발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고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에게 크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이때 개발된 특정 약품이 작용하는 유전자가 SNP로 확인되면 사전에 특정 약제에 대한 효능과 부작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제약회사들이 SNP의 해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질병에 관련된 SNP가 발견되면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많은 과학적 연구에서처럼 그 결과가 부당하게 이용되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SNP의 연구 결과가 ‘머리 좋아지는 약’ ‘정력 높여주는 약’ ‘피부 뽀얗게 해주는 약’ 등과 같이 겉포장 돼 특정 집단이 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무분별하게 이용돼서는 안 된다. SNP가 올바른 상식으로 우리 곁에 자리해 인류의 밝은 미래에 크게 기여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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