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사형제도의 존폐문제와 생명권의 존중
[인권칼럼] 사형제도의 존폐문제와 생명권의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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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

 

우리나라 현행 헌법에는 명문으로 생명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생명은 인간의 존재를 의미하는 기본이기 때문에 생명에 관한 권리를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성문헌법에 생명권을 규정하지 않아도, 생명권은 기본권이며 천부적인 권리이다. 누구나 생명권을 보장받아야 하며 누구도 생명권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인간사회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을 비롯해 전쟁이나 테러로 생명을 빼앗고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잔혹하게 빼앗은 자의 생명권도 보호돼야 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최근 한 여성이 잔혹하게 전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사형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실정법에는 형벌의 하나로 사형이 규정돼 있다. 그런데 연쇄살인범이나 흉악범이라 해도 생명은 절대적 가치를 갖는 대상이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해 1998년 이후 사형집행이 중단됐다. 사형제도는 존치하고 있지만,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20년이 흘렀다. 국제인권기구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1998년 사형집행이 중단된 이후 국내의 사형폐지론자들은 차제에 사형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상응해 국회에는 계속하여 사형폐지법률안이 제출됐지만 반대 여론으로 인해 더 추진되지 못하고 폐기되곤 했다. 2004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분야별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백서를 발간했지만, 여론조사결과 사형제도 존치론이 과반수를 훨씬 상회했다. 올해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에 사형제도 폐지를 권고했고, 일단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살인죄에 대한 사형과 형벌로서 사형을 규정한 형법조항에 대한 소송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형법 제4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는 4명의 재판관이 위헌 내지 일부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사형제도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의 견해를 보면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인 생명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명의 재판관은 헌법 제110조 제4항의 비상계엄 하에서 사형에 대한 언급은 사형 선고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사형을 인정하는 근거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생명권과 관련해 사형제도는 앞으로도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사형제도에 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 하고 달리 헌법에 사형을 언급하고 있다. 헌법 제110조 제4항을 보면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이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단심으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이 사형을 형벌의 하나로 수용한 상황에서 비상계엄이라고 해도 단심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일 뿐이다.

헌법의 기본권 최대 보장의 관점에서 위 조항은 비록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사법적으로 한 번 더 심사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규정은 이미 사형이란 형벌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사형을 인정하는 근거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하면 국회는 사형폐지법률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 만약 국회가 사형폐지법률을 제정한다면 헌법의 내용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으로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부정해 그 자체가 위헌이다. 그래서 사형을 폐지하고자 하면 차라리 형법상 사형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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