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은 비싼 아파트 공간을 온갖 잡동사니로 채워놓고 정작 공간부족으로 불편함을 느끼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도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느끼던 참에 크게 공감하게 됐다. 예를 들어 30평 기준 6억짜리라면 평당 2000만원이다. 그런데 대부분 많은 물건들로 채워놓고 정작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될까?

예전의 한옥들은 아주 필요한 것만 두고 밥을 먹을 때는 식당으로, 잠을 잘 때는 침실로, 또 손님이 오실 때는 거실로 사용했다. 그러니 아주 작은 공간으로도 그다지 불편함이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비어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요즈음은 비움보다는 채움에 더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일어나는 현상인 듯하다.

그런데 마음도 그렇다.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고 늘 어수선하다. 마음도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일들이 생기고 행복해지게 된다. 작년에 필자의 마음에 여유가 생겼던 것인지 아니면 여유를 갖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하늘을 자주 보았다. 그런데 작년 가을 하늘이 볼 때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예전에 스위스 여행했을 때 하늘에 비해서도 훨씬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올해 하늘은 정말 유난히 예쁜 것 같죠?”라고 인사를 건네곤 했다. 그런데 어떤 분이 하늘을 본적이 없었다고 하셔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튼 마음에도 공간을 만들어야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충분히 잘 느낄 수 있다.

첫 번째는 공간적으로 거리를 두어 본다. 예전에 걱정과 고민이 무척 많던 시기에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가 있던 큰 딸이 여행을 오라고 해서 계산 없이 훌쩍 떠났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멀리 떨어져서보니 고민이 고민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해결할 방법도 용기도 생겼다. 물론 꼭 해외여행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늘 다니던 곳 이외의 공간에만 가도 생각이 달라진다. 정 안되면 책속으로라도 여행을 가보자.

두 번째는 시간의 거리를 두어보자. 예전에 아이들을 키우면서 큰 딸을 크게 한 번 혼낸 적이 있다. 영하 20도 되는 겨울날 그것도 밤11시에 내쫓았다. 지금이라면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일이었는데 심각한 건 혼을 낸 필자도 혼이 난 딸도 그 상황은 기억하고 있지만 왜 그렇게 혼을 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나보다. 오히려 크게 혼낸 자신이 반성이 된다.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이런 것도 시간이 지나면 거의 대부분이 잊혀진다. 누군가에게 서운한 일이 있거나하면 애써 풀려고 애쓰기보다 잊고 지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면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기억이 나더라도 참 별것 아닌 것으로 서운해 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방법은 비슷한 경험을 예전에 했을 법한 분들에게 하소연을 해본다. 두 번째 제시한 방법과 맥락은 같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시간을 무시하고 3년이나 5년 후라고 생각하며 화를 참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러니 그 시간을 경험한 분들에게 물어보면 좋다. 학부모 교육을 할 때에도 반친구 엄마들을 자주 만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경쟁구도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3년에서 5년 위의 언니들을 만나서 가끔 고민을 털어놓으면 실패나 성공의 경험으로 좋은 방법을 제시해주거나 대부분은 별것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마음의 공간을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는 방법이다.

마음의 공간이 생기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물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여유가 있고 그럴 때 비로소 진정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마음의 공간을 넓혀서 여유 있는 삶을 살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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