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시신 찾기 난항에 검찰, 고유정 구속 기간 연장… 형량까지 영향?
전 남편 시신 찾기 난항에 검찰, 고유정 구속 기간 연장… 형량까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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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유해 계속 발견되나 확증 없어… ‘시신 없는 사건’ 우려

피해자 DNA 묻은 흉기 등 증거만 89점… 고씨도 인정

고씨 계획성·범행동기에 따라 형량 집유에서 무기까지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건발생 한 달 가까이 되도록 피해자 강모(36)씨의 시신을 찾지 못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피의자 고유정(36)의 구속기간을 연장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검은 이날 “경찰 수사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보강수사를 하고 있다”며 2차 구속만기일인 다음달 1일까지 수사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고씨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지에 대해 검찰은 “일체 밝힐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으나, 현재 고씨는 정확한 범행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씨가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등 정신이상 등을 주장하고 있지 않다”며 “여전히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씨의 살인혐의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선 피해자 강씨의 시신을 확보하는 것이 꼭 필요하나, 아직 찾지 못하면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범행 전 흉기와 청소도구 구매하는 고유정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출처: 연합뉴스)
범행 전 흉기와 청소도구 구매하는 고유정이 찍힌 폐쇄회로(CC)TV 캡처. (출처: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5일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강씨의 것으로 보이는 라면박스 2개 분량의 뼈 추정 물체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으나 동물 뼈로 밝혀졌다.

지난 18일에도 경기도 김포시 소각장에서 뼛조각 40여 점을 발견해 국과수에 분석을 맡겼다. 하지만 이 역시 500~600도에서 고열 소각된 뒤 1~2㎝ 정도로 잘게 조각난 상태라 신분 확인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이날도 고씨가 유기했을 것으로 보이는 뼈 추정 물체가 전날인 19일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 쓰레기 분류함 배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역시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시신 유해로 보이는 물체는 속속 찾고 있으나, 훼손이 심한 만큼 끝내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유정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다만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의 경우에도 법원이 중형을 선고한 예가 있다.

2010년 부산에서도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당시 피의자가 20대 여성의 시신을 화장한 뒤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 한 영화같은 계획으로 엄청난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범인 A(당시 40, 여)씨는 2010년 5월 24억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했고, 한 달 뒤인 6월 중순 대구의 모 여성쉼터에서 소개받은 B(당시 26, 여)씨를 부산으로 데려온 뒤 이튿날 새벽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살해했다.

경찰이 지난 15일 경기도 김포시 소재 한 쓰레기 소각장에서 '전 남편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찾고 있다. (제공: 제주동부경찰서)
경찰이 지난 15일 경기도 김포시 소재 한 쓰레기 소각장에서 '전 남편 살인 사건'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찾고 있다. (제공: 제주동부경찰서)

A씨는 B씨의 시신을 태우고, 자신이 숨진 것으로 속이고 서류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려고 했지만 발각됐다. 당시 A씨는 경찰·검찰 수사, 재판 과정에서 사체은닉과 사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한결같이 살인혐의는 부인했다.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신이 없으니 부검을 통해 사인을 드러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A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점, 인터넷에서 독극물과 살인방법 등을 검색한 점 등을 미뤄볼 때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판단하고 A씨에 대해 내려진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번 고유정 사건도 간접적으로 살인을 증명할 증거는 있다.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89점에 이르고, 고유정 본인이 살인혐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또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수면제의 일종인 할 졸피뎀을 처방받은 점 ▲제주의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입한 점 ▲인터넷에서 ‘니코틴 치사량’ 등을 검색한 점 ▲차량을 제주까지 들여와 시신을 싣고 돌아간 점 등에 미뤄볼 때 처음부터 범행을 계획했음을 나타낸다는 것이 경찰 판단이다.

물론 고유정은 계획범죄를 부인하고 있다. 전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하자 대항하다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입증할 증거로 오른손에 있는 상처를 제시하고 있다. 이 상처가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것이 고씨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고씨 측은 증거보전신청도 법원에 냈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방진복, 커버링, 덧신 등을 구매하는 모습. (제공: 제주동부경찰서)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방진복, 커버링, 덧신 등을 구매하는 모습. (제공: 제주동부경찰서)

결국 남은 것은 재판과정에서 고씨의 범행동기와 계획 여부가 재판 과정에서 얼마큼 그 실체가 규명되는지 여부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이 부분을 확실히 입증한다면 고씨는 중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살인범죄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은 ▲참작동기 살인 4∼6년 ▲보통동기 살인 10∼16년 ▲비난동기 살인 15∼20년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 등으로 범행동기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고씨의 주장대로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 때문에 벌어진 우발적 살인으로 참작된다면 형량이 3년까지 떨어져 집행유예까지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수사당국의 판단대로 계획적 살인이 인정되고, 잔혹한 범행수법과 사체를 손괴하고 유기한 행위 등이 모두 인명을 경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무기 등의 중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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