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비건, 北 협상재개 메시지 공동연설… 美재무부, 대북제재 발표 찬물 끼얹어
시진핑 방북 따른 북중밀착 경계한듯… 한미 북핵실무 공동연설 일정부분 퇴색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으로 향하는 날 미국은 북한에 대화 메시지와 제재 조치를 동시에 내놨다.
내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시 주석을 겨냥해 대북압박 공조 이탈을 경고하면서 북한에는 협상의 문이 계속 열려있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대북협상 실무자인 미 국무부 북핵수석이 유화 제스처를 취한 날 미 재무부는 북한의 제재회피를 들며 러시아 회사 제재를 단행했다.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든 격이다.
미 재무부는 19일(현지시간) 오후 2시경 북한의 제재회피를 도운 혐의로 러시아 금융회사를 제재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 시간으로는 시 주석이 방북이 예정된 20일 시점에 이뤄진 일이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금융회사 ‘러시안 파이낸셜 소사이어티’로 북한 조선무역은행과 연계된 중국 내 회사에 은행계좌를 열어줘 국제금융시스템이 접근할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1일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한 대북제재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SNS 글 이후 잠잠하던 미 재무부가 시 주석의 방북 시기에 맞춰 다시 대북제재를 꺼내들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향한 경고메시지일 수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G20 무역담판을 앞두고 방북을 전격 결정하면서 북중밀착을 통한 대미 극복 방안을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러정상회담과 중러정상회담에 이어 북중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있어 북중러가 연합해 미국에 대응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한미 북핵수석 대표가 공동연설에 나서서 북한에 협상 재개를 촉구하고 난 후 4시간여 만에 미 재무부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날 오전 10시경 워싱턴DC의 한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해 기조강연과 질의응답을 하며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미 재무부의 제재 조치 발표로 이들의 대북메시지가 일부분 퇴색됐다.
비건 대표는 공동연설에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과 ‘대화재개’에 전제조건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시도를 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공동연설에서 대북제재를 계속 이행해나가겠다면서도 제재가 만능해법(Magical solution)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미 재무부는 북한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