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방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 파주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취임 후 첫 방북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 파주 경의선 도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800만 달러 이어 한달 만에 추가 지원

北 식량사정·과거사례 종합해 규모 결정

전문가 “北배급과정 모니터링 철저히해야”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정부가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t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산 쌀이 국제기구를 거쳐 북측에 지원되는 것은 처음이다. 대북 쌀 지원은 2010년 이후 9년 만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북한의 식량 상황을 고려해 WFP와 긴밀히 협의한 결과 우선 국내산 쌀 5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며 “WFP를 통해 지원되는 식량이 북한 주민에게 최대한 신속히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추가적 식량 지원 시기와 규모는 금번 지원 결과 등을 봐가며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지원은 지난달 정부가 WFP와 유니세프의 북한 아동, 임산부 영양지원 및 모자보건 사업 등에 800만 달러를 지원한 이후 한 달 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 대북 지원이다.

앞서 정부는 WFP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달 공동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평가한 것을 바탕으로 800만 달러 지원을 결정했다 또 추가 지원을 위한 각계각층 의견 수렴과 지원계획 검토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는 국내산 쌀 5만t을 지원하는 배경에 대해 “WFP와의 협의, 남북협력기금 예산, 과거 사례, 북한의 식량 부족분, 국내 쌀 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규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산 쌀을 지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우리 농민들의 피땀이 배어있는 우리 쌀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은 동포애와 인도주의 명분에 부합한다”며 “국내 농민단체들도 국내 재고미를 활용한 대북지원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쌀 재고는 약 118만t(5월말 기준)이며 1만t당 연간 관리비용은 37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지원되는 국내산 쌀 5만t이 어떤 경로로 전달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해상 운송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제3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이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15일 인천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 북한 주민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최근 노동신문에서는 비가 적게 내린 지역에서 밀과 보리잎이 이미 마르고 있다며 농민들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정부는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강조하며 대북 식량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천지일보 2019.5.15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북한이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15일 인천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 북한 주민들이 분주히 이동하고 있다.최근 노동신문에서는 비가 적게 내린 지역에서 밀과 보리잎이 이미 마르고 있다며 농민들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정부는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강조하며 대북 식량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은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천지일보 2019.5.15

통일부는 “이번 인도적 지원 추진은 안보리 결의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미 간에도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동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 식량사정은 장마당 식량 판매상황과 주민들의 생계활동을 보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면서 “북한 장마당 식량가격을 보면 보합세이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상당히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식량난이 우리 정부가 보는 것과는 달리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일단 지원 결정을 했다면,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해서든 우리 쌀이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대북 지원 쌀. (출처: 연합뉴스)
2007년 대북 지원 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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