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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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 ‘능가경’에서 금지 시작”

전남대 함형석 교수 논문 발표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불교에서는 살생하게 된다는 이유로 육식을 금하고 있다. 이에 사찰음식은 모두 채소들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기 불교에서는 육류 섭취를 허락했으나 ‘능가경(楞伽經)’을 중심으로 한 승가 세력에 의해 불교가 육식을 금지하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능가경은 불교 경전의 하나로, 대승불교에서 탁월하고 중요한 철학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남대학교 호남불교문화연구소는 19일 인문대 현공세미나실에서 ‘육식의 기억을 조작하기’ 주제로 1회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콜로키움에서 전남대 철학과 함형석 교수는 ‘능가경은 어떻게 불교에 채식주의를 도입했는가’라는 연구 논문을 통해 “초기 불교에서는 청정 육류 섭취를 허용했지만 이후 금지됐다”고 주장했다.

함 교수는 “능가경의 여덟번째 품인 ‘非-육식에 관한 챕터(斷食肉 品·단식육 품)’는 육식을 비난하고 불교도의 육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조건적인 육식을 허용하는 초기 불교도들의 육식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인도불교에서 채식주의는 특정한 불교 교리의 표출이 아니라 불교 외부세력의 압박 속에서 도입된 것이라는 선행연구의 추정을 구체적 자료를 통해 입증했다. 또한 이러한 압박을 수용한 능가경이 어떻게 육식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식사 규칙을 도입했는지 분석했다.

함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승가가 지켜야 할 계율 등을 담은 율장을 보면 3가지 점에서 ‘청정한 육류’의 섭취를 허락하는데, 경전의 하나인 능가경에서는 육류가 ‘청정’할 수 있는 3가지 조건을 살생의 3가지 양상으로 바꿔 제시함으로써 기존 규칙을 ‘어떠한 형태의 육식도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와 관련 함 교수는 “능가경에서는 채식주의 도입에 대한 불교도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채식주의에 반대하는 미래의 불교도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언한 뒤 그들을 ‘이교도’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불교도들이 육식을 할 수 있는 과거의 근거는 물론 미래의 가능성까지 차단함으로써 불교를 육식과 관련이 없는 채식주의 전통으로 규정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남대 호남불교문화연구소는 최근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불교학 분야의 최신 연구를 소개하기 위한 정기적인 콜로키움을 개최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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