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예수교회(예장) 통합 정체성과 교회수호연대(예정연)’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총회 현안을 위한 기도회 및 4차 공개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예정연 대표회장 최경구 목사(영원한교회). ⓒ천지일보 2019.6.13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대한예수교회(예장) 통합 정체성과 교회수호연대(예정연)’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총회 현안을 위한 기도회 및 4차 공개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3

 입만 열면 ‘망언’ 쏟아내기
예정연, 부자세습 반대파에
“반대하다가 폐암 걸려 고생”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김동호 목사, 명성교회 ‘청빙’ 반대하다가 폐암 걸려서 고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는 명성교회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이렇게 역사하신 겁니다.”

“김동호 목사는 자기 이름을 높여 JTBC, CBS, MBC 등 온갖 방송들을 출현하면서 우리 교단을 죽이려고 작정했던 사람입니다.”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하나님께서는 세습반대를 외치는 김동호 목사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이렇게 역사하셨습니다. 지금도 암 걸려서 조용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능력이 드러난 것입니다.”

“교회를 하나 되게 하고 교단을 하나 되게 해야 하는데 (명성교회 세습을)반대하는 자들로 인해 교회가 시끄럽습니다. 총회가 시끄러운 건 마귀가 저들을 들어 역사한다는 증거입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 같은 발언은 다름 아닌 ‘예장통합 정체성과 교회수호연대(예정연)’ 핵심 직책의 목회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예장통합 총회 소속 목사와 장로들로 구성된 예정연은 사실상 명성교회 부자세습을 옹호하는 단체다.

명성교회 부자세습에 관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재판국의 최종판결을 앞두고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총회 현안을 위한 기도회 및 4차 공개세미나에서 이 목회자는 준비한 PPT 자료에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공동대표 김동호 목사의 얼굴을 띄우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비방의 대상은 김동호 목사뿐만이 아니었다. 이 목회자는 명성교회 세습을 비판하는 교단 소속 목사인 김지철·이수영·주승중·김수원 목사와 세반연, 청어람ARMC,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명성교회 세습철회와 교회개혁을 위한 장신대 교수모임(세교모)’ 등에 대한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막말성 발언이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목회자처럼 성경의 가르침을 전한다는 일부 목회자들도 입만 떼면 막말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 연신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하며 거침없는 막말을 퍼부어 논란에 휩싸였다. 전 목사는 그동안 성추행적 발언, 특정 정치인 지지 발언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낳은 인물이다.

이와 함께 스타 목사로 불리는 대전중문교회 장경동 목사는 최근 설교와 유튜브 동영상 등에서 북한이 침략해올 경우 자신과 자신의 교회 교인을 포함한 남한 사람 2000만명이 목숨 걸고, (북한 사람) 2000만명을 죽이자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도 “스님들 쓸데없는 짓 말고 예수 믿어라”는 등 노골적인 불교 폄하 발언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목회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 어려운 이 같은 비방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수준을 넘어 괴이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특히 극보수가 아닌 소위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예장 통합 목회자들의 입에서 이러한 말이 나왔다는 게 한국교회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다.

종교인의 막말은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그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낳는다. 말 한마디가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신성모독’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를 신의 대리자로 신성시하는 교회 분위기를 볼 때 목회자의 말은 쉽게 신의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목회자들은 정치인보다 훨씬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가르침의 근본으로 삼는 성경에는 사랑에 대해 약 456번이나 기록돼 있다. 또 성경에는 하나님을 생명의 하나님이라고도 나와있다. 자신들을 반대했던 한 목회자의 암투병 사실을 마치 하나님의 심판인 것처럼 판단하는 목회자들의 태도에 혀가 내둘러지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그 안에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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