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또 다른 ‘문화계 블랙리스트?’… 11년째 투쟁 중인 국립오페라합창단
[이슈in] 또 다른 ‘문화계 블랙리스트?’… 11년째 투쟁 중인 국립오페라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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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앞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의 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합창단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가 결정되면서 지휘자 1명, 반주자 1명, 싱어 40명 등 총 42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천지일보 2019.6.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앞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의 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합창단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가 결정되면서 지휘자 1명, 반주자 1명, 싱어 40명 등 총 42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천지일보 2019.6.18

MB정부 유인촌 ‘좌파척결’ 이후

2008년 갑작스런 해체·해고 통보

예산·규정 이유로 석연찮은 결정

현재 함께하는 동료 42명→3명

대부분 음악 포기하고 다른 길로

아직도 문체부 결정 기다리는 중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7년 동안 국가적 행사에도 동원되며 다양한 활동을 한 예술단체가 갑자기 불법 단체라며 해체 통보를 받는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순식간에 직장을 잃은 이들은 투쟁을 시작했다. 그렇게 11년이 지났다.

매주 화요일만 되면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앞에서 집회를 갖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2월 갑자기 해체와 단원 해고 통보를 받은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이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창립됐다.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횟수가 늘어나면서 보다 전문적인 합창단의 필요성이 생겼고 그 결과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단장의 주도 아래 만들어졌다.

단원의 말에 따르면 국립오페라합창단은 각종 정부가 주관하는 평화통일음악회나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2004년 한·불·일 ‘Carmen’ 합동 공연 등 굵직한 무대에 서며 인정을 받았다. 2008년 오페라 페스티벌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작품상 수상 등 성과도 있었다. 7년 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굴러가던 합창단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2008년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새로 부임한 이소영 단장은 국립오페라합창단을 필요 없는 조직으로 보고 해체를 결정했다. 그간 국립오페라합창단이 한국 오페라 문화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평이 많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결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70만원에 불과한 박봉에도 합창단원들은 국립이라는 이름을 달고 오페라를 하고 있다는 자긍심, 각 지역에 문화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사명감 등을 품고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건 따뜻한 위로나 보상이 아니었다. 지휘자 1명, 반주자 1명, 싱어 40명 이렇게 총 42명은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합창단은 정식 상임단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국립오페라합창단은 정부 공식 행사에 이곳저곳 불려나갔다. 단원에 따르면 문체부에서 매년 감사를 실시하면서도 7년 동안 아무 문제없이 합창단은 굴러갔다. 그러나 갑자기 정식 상임단체가 아닌 점이 비수가 돼 합창단원들의 가슴을 찔렀다.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앞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의 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합창단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가 결정되면서 지휘자 1명, 반주자 1명, 싱어 40명 등 총 42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천지일보 2019.6.18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앞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의 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합창단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가 결정되면서 지휘자 1명, 반주자 1명, 싱어 40명 등 총 42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천지일보 2019.6.18

실제 당시 국립오페라단 홈페이지엔 오페라합창단 소개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규정에 없던 오페라합창단에 대한 소개가 오페라단 홈페이지엔 멀쩡히 게시됐던 것이다.

국립극단 앞 농성을 이어가며 집회를 이끌고 있는 문대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장은 “상임화 하겠다고 약속해놓곤 7년을 문체부 주관 행사 등에 공연하게 하더니, 갑자기 ‘너희는 불법단체니 해체하라’ 하는 게 과연 우리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그의 주장은 오페라합창단이 편법적인 방법으로 운영됐다면 그 책임은 합창단원들이 아닌 문체부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페라합창단의 해체 이유 중 하나였던 예산 문제도 석연치 않다. 문 지부장은 “당시 저희 1년 예산은 3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예산을 이유로 합창단을 해체한 이듬해, 1년 43억원이었던 오페라단의 예산은 50억원이 늘어나 100억원가량이 됐다”고 밝혔다. 오페라합창단 예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금액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결국 오페라합창단원들은 해체의 이유로 다른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문 지부장은 “오페라합창단이 김대중 정부 시절 만들어졌고, 각종 평화통일 행사나 노 대통령 취임식 등에서 공연하다보니 ‘좌파단체’라는 인식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며 “특히 오페라합창단을 만든 정은숙 전 단장이 노 대통령의 팬클럽 ‘노사모’를 이끌던 배우 문성근씨의 형수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는 얘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전 단장은 유인촌 장관의 ‘좌파척결’ 발언 이후 단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문화계에선 문 지부장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이 이명박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아니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11년이 흐르는 동안 여러 번 복직 등 되돌릴 기회는 있었지만, 장관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논의는 다시없었던 일이 됐다는 게 문 지부장의 설명이다. 그러는 사이 40여명의 합창단원 상당수는 음악을 포기한 채 다른 일을 찾아 떠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대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앞 농성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지부장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가 결정되면서 지휘자 1명, 반주자 1명, 싱어 40명 등 총 42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천지일보 2019.6.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대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앞 농성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지부장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가 결정되면서 지휘자 1명, 반주자 1명, 싱어 40명 등 총 42명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천지일보 2019.6.18

문 지부장은 “유학을 떠나 아직 못 돌아온 분들도 있고, 그냥 음악을 포기하고 주부로 살아가는 분들도 있다”며 “다들 음악에 대한 꿈이 있으셨을 텐데, 음악 현장에 남거나, 음악활동을 하는 사람은 10명도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문 지부장과 함께 농성을 이어가는 사람은 3명이다. 문 지부장은 간간히 종교행사 등에서 지휘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다른 한 명은 방과후 강사를 하면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남은 한 명은 몸이 아파 제대로 농성에 참여하지도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지부장이 제일 바라는 건 역시 오페라합창단의 재창단이다. 하지만 그도 예산과 여러 문제로 인해 현실화되기 힘들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의 현실적인 목표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복직이다. 그는 “일단 무대라도 가서 버티고 있어야 나중에라도 재창단을 주장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아직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서 문체부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오페라합창단원들은 “유관업체와의 연결을 계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말만 들은 채 오랜 기다림과 싸우고 있다.

“저흰 멋진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하는 것에 마냥 기쁘고, 상임단체가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저희를 행사 때 쓰다 버리는 도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가를 존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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