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국가조찬기도회를 인도한 한기총 대표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무릎을 꿇게 한 것이다. 대통령은 신앙인으로 기도 자세를 취한 것이라 했지만, 종교의 정치개입이 수위를 넘었다며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대통령이 종교 중립을 버리고, 정교분리 원칙을 망각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그러나 단적으로 한기총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준 사건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은 10당 5락(10억 주면 당선 5억 주면 낙선)의 당사자 길자연 목사였다.

그로부터 8년, 지난 17일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전날 해외순방에서 돌아왔다는 이유로 오지 않았다. 대통령을 무릎 꿇릴 정도의 위상을 자랑하던 한기총 대표회장도 없었다. 주요 교단 연합기구 수장들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는 찼지만 내용면에서 한국교회의 분열과 사라진 파워를 대변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실 요즘 한기총은 안팎으로 해체 촉구 운동이 일어나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는 대통령을 감방에 넣겠다는 막말, 대통령 하야 촉구 발언, 특정 정치인 지지발언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기총의 최대 리스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한기총을 그나마 지지하고 있던 순복음교단마저 탈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순복음까지 탈퇴하면 한 때 1000만 회원을 자랑하던 한기총 회원은 9만밖에 남지 않는다. 세상에서는 제대로 된 조직인지 보려면 성장하는지 쇠퇴하는지를 본다. 사람이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떠나는데도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자신들이 뽑은 대표회장으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은 한기총. 한기총 내에서도 해체 위기감에 비대위가 구성돼 전광훈 대표회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소속 목회자들의 부패로 찌든 한기총은 대표회장만 끌어내린다고 교단연합기구의 위상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교계 기자들마저 등 돌린 한기총은 이제 조용히 문을 닫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일지도 모를 단계에 와 있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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