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를 보며 떠올리는 斷想
[아침평론]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를 보며 떠올리는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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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17일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지명된 데 대해 세간의 온갖 평들이 많다. ‘검찰개혁 적임자’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코드인사’라는 비난이 따르는 가운데 필자는 법무부의 검찰총장 추천위원회가 천거 받은 8명 속에서 그 이름을 올린 윤 지검장이 최종 추천자 4명에 올랐을 때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추천자 가운데 3명이 현직 고검장 지위에 있고 윤 지검장만이 지검장 신분인데 통상적으로 고검장에서 추천되는 검찰총장 후보에 복수 추천이기는 하나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낙점하는 선까지 들었다는 게 대단하다는 의미다.

알고 보면 윤석열 총장 지명자는 이명박 정부 때까지 검찰 내에서 ‘잘 나가는’ 검사였으니 그의 화려한 관력(官歷)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충암고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을 마친 뒤인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한차례 변호사를 거친 후에 재임용돼 승승장구해 이명박 정부시절 말기인 2012년에는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대검 중수부 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했으니까 말이다.

그의 굵직한 체구에서도 나타나듯 윤 지명자는 평검사 시절에서부터 대검 과장직 요직에 오를 때까지 특수통으로 인정받으면서 원칙에 충실했으니 그것이 그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관력에서 산전수전을 겪게 한 요인이 됐고, 인간만사세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를 겪게 한 사연이 되기도 했다. 원칙론과 소신으로 밀어붙였던 강골 검사가 뜻하지 않은 보직과 특별한 직무로 인해 짧은 기간내 천당에서 지옥으로, 또 지옥에서 천당으로 가는 경험을 두루 맛보았으니 때론 사명감에서 때로는 명예회복 차원에서 견딘 인고의 세월이 또 한번 무거운 책임을 안겨줬다.

2012년 52세의 나이로 늦장가든 윤 지명자가 신혼의 꿈이 한창이던 2013년 4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발령이 난 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단장직을 겸직하게 됐다. 이때는 박근혜 정부가 막 들어서서 정부 탄생과 관련된 국민들의 선거 의혹과 여론이 빗발치는 시기의 사건이라서 정권에서도 부담이 되고 또 윤 수사단장이 수사를 맡은 이상 유야무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국민적 관심사가 큰 이 사건은 그 결과에 따라 정권이 도덕적 치명상을 입을 만큼 파장이 큰데, 정국이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위험스러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당시 윤석열 수사단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책임을 맡고 난 직후 “내 관운(官運)은 여기까지 인 것 같다”고 지인에게 알렸던 만큼 자신이 당할 결과를 예감하고 있었다. 그래도 국민의 검찰로서 정의를 수호해야할 검사로서 소신을 굽히지 않고 사실대로 파헤칠 요량이었으니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법무부와 갈등을 빚는 건 당연했다. 결국 한직인 대구고검으로 좌천됐고, 그 후 2년 임기를 마치고 2016년 1월 대전고검으로 전보돼 근무 중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박영수 특검이 설치됐고, 윤석열 고검검사는 특검 수사팀장으로 역할을 하면서 원칙론에 입각해 국정농단 사건을 사실대로 파헤쳤던 것이다.

박영수 특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책임자로서 혁혁한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5월 제59대 중앙지검장으로 승진했던 것인데 그 당시에 일화도 많았다. 중앙지검장 자리가 고검장(차관급) 자리였으나 직위를 지검장급(차관보급)으로 낮추고 2급이던 윤 고검 검사를 승진시켜 중앙지검장 자리에 임명했으니 당시 정치권과 관계에서는 윤 지검장이 소신과 능력을 두루 갖춘 적격 인물이라 하나 맞춤형 인사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국민의 관심사나 여론의 주목을 받는 정치인, 경제인, 고위공직자 등 특정인에 대해 글 씀은 어렵다. 그 공과(功過)를 적시할 때는 주관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실에 입각해 피력해야하는 바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자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가 잘한 일과 못한 일, 또 공인으로서의 소신과 활동 등에 대해 필자가 평소 생각한바가 있었던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어느 언론의 사설에서는 정권에만 충성하는 충견(忠犬)으로 비쳐지는 대목이 있는 등 공정해야할 검찰총장의 위치가 왜곡될 소지가 있어 더 공정하게 다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2013년 국정감사장에 불려나와 법무부의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사실관계를 가린 적 있었는데, 그 때 그는 “조직과 원칙에 충실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설령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어도 보은하기 위해 대통령 개인에게보다는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충성하겠다는 말이 된다. 앞으로 검찰총장이 된다면 주어진 역사적인 일들이 많겠지만 평소 소신과 원칙론을 고수했던 윤 지명자가 검찰총수로서 2년 임기동안 반듯한 대한민국 검찰상을 우뚝 세워야한다. 그래서 ‘권력의 시녀(?)’ 논란을 마감하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일을 꼭 완수해주기를 국민 더불어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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