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석 ㈜상구패밀리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기맥주 본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7
정부석 ㈜상구패밀리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기맥주 본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7

정부석 ㈜상구패밀리 대표

창업 1년만에 찾아온 뇌출혈

수술 이후 창업 매진해 성공

전국 100여개 가맹점 보유한 CEO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첫 가게를 오픈했을 때 진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가게였지만 하루 매출이 30만원도 안 나오는 좌절을 맛봐야 했죠. 직원들이 포기하고, 주변 사람들이 만류할 때 무작정 거리로 나가 홍보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하루 매출이 10배 오르는 기적이 일어났죠.”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상가, 서부영화에 등장할 법한 와일드한 인테리어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건물에는 ㈜상구패밀리의 정부석 대표가 최근 론칭한 ‘서기맥주’의 본점이 입점해 있다. 정 대표는 천호동 맛집으로 소문 난 서기치킨, 스몰비어 프랜차이즈 상구비어 등 수많은 브랜드들을 만들고 현재 전국에 100여개가 넘는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업계 소문난 브랜드 CEO다. 본지는 지난 7일 정 대표를 만났다.

닭 튀기다 갖게 된 창업의 꿈

이날 매장에서 직접 기자를 맞은 정 대표는 “돈이 많았던 집안이 아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닥치는 일을 해오다 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난 정 대표는 7살쯤 어머니와 단 둘이 서울로 상경한 뒤 이후 쭉 서울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정 대표가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돌아가셨다. 정 대표는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가 홀로 일하시는 게 마음에 걸렸다. 환경을 이기고 어떻게든 어머니를 돕고 싶었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군대도, 결혼도 이른 나이에 해버렸다.

정 대표가 처음 시작한 일은 노점상 판매 일이었다. 이후 방문판매 등 주로 영업 쪽 일에 주력했다. 그는 “배운 것이 없다보니 확고하게 어떤 길을 가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다 해봤다”며 “그러다 보니 방황을 하는 시기가 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가 프랜차이즈 사업에 눈을 뜨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다. 벼룩시장 구인광고를 보던 중 한 치킨 프랜차이즈에 지원, 취업하게 됐다. 정 대표는 그곳에서 닭을 튀기는 일을 했다. 고된 업무에 한 달에도 몇 번씩이나 사람이 바뀌었다. 하지만 정 대표만은 끝까지 버텼다.

성실하게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슈퍼바이저로 승진했다. 이후 프랜차이즈 영업부서에서까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정 대표는 “프랜차이즈 창업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그러니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정부석 ㈜상구패밀리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기맥주 본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7
정부석 ㈜상구패밀리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서기맥주 본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7

창업에 대한 포부를 품은 그는 1년여만에 독립해 강남 대치동에 150평 규모의 ‘가오가 포장마차’를 창업했다. 순탄한 장사 속 이제 조금씩 가맹이 나오기 시작할 때 갑자기 그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뇌출혈이 온 것이다. 정 대표는 “실무자와 미팅 중 눈을 떠보니 병원 이었다”며 “뇌수막종으로 인한 뇌출혈이 진행됐었다. 당시 병원에선 가망이 없다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수술 후엔 아내가 셋째를 가진 걸 알게 됐다. 도저히 이대로 누워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일주일 뒤 퇴원했다고 했다. 수술 후 별탈은 없었지만 뇌출혈 후유증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뇌출혈 딛고 창업가로 거듭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정 대표는 곧바로 ‘창업’에 매진했다. 부산으로 건너간 그는 한 프랜차이즈 스몰비어 전문점을 벤치마킹해 ‘상구비어’를 탄생시켰다. 그는 “병원 생활로 자금이 없었기에 수익을 담보로 협력업체, 주류회사 등 기업의 지원을 받아 가게를 오픈했다”며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기업들도 그것을 보고 지원을 해준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후에도 정 대표는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 했다.

그 중에서도 정 대표가 자부하는 브랜드는 전국 15개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서기치킨’이다. 그가 시장에 최초로 도입한 치킨플래터는 타 브랜드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떡볶이와 치킨의 케미가 돋보이는 치킨플래터는 4종의 소스와 함께 빵, 또띠아도 같이 나와 나만의 치킨버거, 치킨 랩 등 치킨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그는 “치킨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썼다”며 “가격이 높아도 그만큼 질도 높으니 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또 정 대표는 최근 종로구에 ‘서기맥주’를 론칭했다. 웨스턴 정통 펍의 분위기의 매장으로 정통 펍 맥주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전국 100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CEO지만 아직도 직영점이 오픈할 때마다 직접 가서 청소를 하기도 하고 주방일을 배울 만큼 성실하다. 특히 정 대표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매장 운영의 노하우로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직원과의 소통은 가게 운영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안 하면 내부적으로 많은 문제가 생긴다. 점주들이 직원들과 소통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종로구 서기맥주 본점의 내부 모습. 웨스턴 정통 펍의 분위기의매장으로 정통 펍 맥주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천지일보 2019.6.7
서울 종로구 서기맥주 본점의 내부 모습. 웨스턴 정통 펍의 분위기의매장으로 정통 펍 맥주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천지일보 2019.6.7

◆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기쁨”

정 대표는 청년들과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그는 “어린 시절 워낙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겪다 보니 힘든 청년들에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뇌출혈로 힘든 시기 가맹점주님들께 받았던 도움을 ‘나도 베풀어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과거 창업이나 경영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노하우 전수나 인큐베이팅을 진행하고,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후원하는 등의 활동을 왕성히 했다. 향후 정 대표는 정재환 공동대표 등과 함께 사회적 희망 단체를 만들어 다양한 지원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맹 점주와 고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생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싶다”면서 “이제 돈을 무조건 많이 벌고 싶은 마음 보다는, 어느 정도 번 돈을 좋은 일에 나누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