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정부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람 장관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정부청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람 장관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중, 캐리 람 대응능력 의구심”

친중파도 등돌려… 선거 우려

7월 주권반환일까지 시위 전망

재야 지도부, 향후 진로 ‘고심’

[천지일보=이솜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홍콩을 휩쓴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조기 사임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홍콩 당국의 송환법 개정 무기한 연기를 선언에도 시위 열기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시위 지도부인 민간인권전선도 향후 진로 등을 놓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17일 중국 지도부와 친분이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그의 능력에 심각한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홍콩 정부가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며 “특히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 많은 외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골칫거리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캐리 람 장관에 대한 불만은 그의 최대 지지 기반인 친중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친중파 의원은 “전날 시위는 캐리 람의 스타일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표출된 것”이라며 “내 지지자들은 범죄인 인도 법안을 지지하지만, 항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캐리 람의 태도는 싫어한다”고 말했다.

캐리 람 장관이 강경한 태도를 고집하다가 사과의 때를 놓쳐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친중파 의원들은 시민들의 들끓는 분노가 오는 11월 구의회 선거와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서 표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행정장관 자문기구인 행정회의 구성원인 친중파 레지나 이프 의원은 “캐리 람의 실책으로 홍콩인들은 이제 집값 급등, 계층상승 좌절 등 근본적인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며 “전날 시위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참여한 것은 이러한 사회 문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캐리 람 장관의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이 같은 ‘레임덕’이 찾아온 만큼 중국 정부가 행정장관의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빈과일보는 ‘베이징이 행정장관 플랜B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캐리 람의 사퇴나 대규모 개각이 현실화할 수 있으며, 중국 정부는 적절한 시기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 후 시민들은 새벽 1시경 대부분 해산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홍콩 의회인 입법회 주변 도로에서 철야 시위를 계속했다.

이날 오후에는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이 구치소에서 출소한 후 입법회 인근 시위 현장을 찾아 환호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달 말 G20 정상회의와 7월 1일 주권반환기념일까지는 홍콩 시위의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시위 지도부인 민간인권전선은 향후 진로 등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과와 송환법 보류라는 성과는 얻었지만, 람 장관의 퇴진과 송환법 완전 철폐라는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해 투쟁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향이 잘못되면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무위로 끝난 2014년 ‘우산 혁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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