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주요 교통수단인 지하철. 그 노선을 따라가 보면 곳곳에 역사가 숨어있다. 조선의 궁궐은 경복궁역을 중심으로 주위에 퍼져있고, 한양의 시장 모습은 종로를 거닐며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지하철역은 역사의 교차로가 되고, 깊은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켜켜이 쌓여있는 선조들의 발자취를 지하철 노선별로 떠나볼 수 있도록 역사 여행지를 내·외국인에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경희궁은 조선 5대 궁궐 중 가장 작지만 은은한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천지일보DB
경희궁은 조선 5대 궁궐 중 가장 작지만 은은한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천지일보DB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부근
인조 때부터 임금 거처 시작
280여년간 이궁으로 사용돼
규모 작지만 왕궁 역할 톡톡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아담함과 소박함에 반한다. 한번 보면 다른 궁궐에 뒤지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다른 궁궐처럼 근위병의 모습은 없지만, 몇 채 안 되는 건물이 서로를 지켜주고 있는 모습이다. 조선의 궁궐 중 하나인 ‘경희궁’의 인상은 은은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나와 서대문 방향으로 300m가량 걸어가면 서울역사박물관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경희궁 정문인 홍화문이 나온다.

홍화문을 지나 숭정문에 달하면 경희궁을 설명하는 옛 사진들이 눈에 띈다. 흑백으로 된 경희궁의 옛 모습. 서궐도 속의 옛 모습보다는 축소됐지만 남아있는 전각들이 소중해 보였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잠시 옛모습의 경희궁에 흠뻑 빠진다.

소박한 느낌을 주는 경희궁 ⓒ천지일보DB
소박한 느낌을 주는 경희궁 ⓒ천지일보DB

◆5대 궁궐 중 규모 가장 작아

조선시대 5대 궁궐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경희궁은 1623년 광해군 시기에 완공한 궁궐로 초기에는 ‘경덕궁’이라고 불렀다. 1760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됐다.

경희궁에 임금이 거처하기 시작한 것은 인조 때다. 이괄의 난으로 창경궁에 불이 난 후 인조가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철종에 이르기까지 280여 년간 이궁으로 사용됐다.

영조는 이곳에서 치세의 절반을 보낼 만큼 경희궁은 창덕궁과 더불어 위세가 큰 곳이었다. 정조가 세조시절 경희궁에서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경희궁은 다른 궁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제 역할은 톡톡히 해낸 곳이었다.

하지만 경복궁 중건으로 경희궁의 위상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곳은 창고나 농작지로 활용되는 등 궁의 기능이 점차 사라졌다. 1910년 전후 이 자리에 경성중학교가 들어서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에 숭정전, 홍화문 등이 외부에 매각·이전돼 경희궁은 본 모습은 점차 잃어갔다.

해방 후 이곳은 서울고등학교로 잠시 쓰다가 이전됐고, 발굴조사와 복원공사를 거쳐 2002년 경희궁은 시민에게 개방됐다.

현재 복원된 곳은 경희궁 정전인 숭정전과 공무를 수행한 자정전, 영조 어진을 관한 태령전, 경희궁 정문은 홍화문 등이다. 이 중 숭정전은 경종, 정조,현종 등이 즉위식을 거행했던 곳이다.

특히 정조는 1776년 3월 10일 왕위에 오르면서 자신의 근본이 아버지 사도세자임을 분명히 언급했다. 경희궁 안쪽에는 마치 두꺼비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 기이한 모양의 바위인 ‘서암’이 눈길을 끈다. 오래전에 임금님 바위라는 뜻의 ‘왕암’으로 불려 그 이름으로 인해 광해군이 이곳에 경희궁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내려오고 있다. 서암 아래는 샘이 솟아나는 암천이 있다.

겹겹이 마주한 지붕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천지일보DB
겹겹이 마주한 지붕이 포근한 느낌을 준다.ⓒ천지일보DB

◆소박한 산책길에 차분함 배워

경희궁 주변으로는 덕수궁과 경복궁 사직공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광화문역에 오롯이 자리한 역사. 다른 궁궐보다 관광객이 많지는 않지만 분명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의 일부분이었다.

인근에는 국립고궁박물관과 서울역사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고궁박물관은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왕실 유물 전문박물관이다. 1908년 세워진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을 모태로 세워졌다. 경희궁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주변의 소박한 산책길. 명동 등 북적북적한 도심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차분함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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