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 ⓒ천지일보 DB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 ⓒ천지일보 DB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할 분야는 인권‧정의‧평화”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가 전광훈 목사의 시국선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할 분야는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간 한기총 해체 운동을 펼쳐왔던 손봉호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발언에 쓴소리를 했다가 한기총으로부터 강력 대응 엄포까지 받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손 교수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할 말을 멈추지 않았다.

손 교수는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대해 “좋게 해석을 하려고 한번 시도해 보자”라며 “전 목사는 아주 보수적인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 정권이 나라를 북한에 내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나름대로 그걸 막고자 한다. 적어도 그건 대단한 애국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애국심 그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그걸 ‘기독교’의 이름으로 하는 것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기독교가 정치 문제에 개입할 분야는 국한돼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분야로 인권과 정의, 평화를 꼽았다. 그는 “가령 정치단체나 정부, 혹은 국가가 인권을 유린할 때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그랬다”며 “상당수 국민이 말하고 싶어도 두려워서 말하지 못할 때, 종교가 개입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가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당(私黨) 정치다. 기독교 전통으로, 교회의 이름으로 한쪽 정당 편을 드는 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손 교수는 다종교사회에서 기독교가 한 정당을 지지하고 그 정당이 정권을 잡으면 다른 종교가 굉장한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종교가 정치권력과 손을 잡는 순간, 우리 사회에는 갈등이 시작된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종교가 정치적 색깔을 띠는 이념과 결탁하게 될 경우 정치 이념 자체가 절대화된다는 공식을 언급하며 “답은 뻔하다. 종교는 결국 타락하고, 사회는 아주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 일례로 예수 당시의 일화를 설명했다. 유대인들은 예수가 이스라엘을 강대국으로 만들기를 기대했지만, 예수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살다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임을 당했다. 손 교수는 “기독교는 세속적인 정치에 대해 가장 거리를 두어야 하는 종교”라며 “예수님 당신이 몸소 정치적 메시아를 거부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손 교수는 “전 목사가 너무 지나치게 (발언과 활동을) 한 까닭에 오히려 반작용이 커져 버렸다”며 “전 목사와 한기총은 자기 자신을 향해 굉장한 손해를 끼쳤고, 대표성을 상실한 한기총이란 단체가 역사적으로 소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 와중에 한국 기독교(개신교)는 데미지(타격)를 입었다. 비기독교인이 보기에 ‘기독교는 아주 수준이 낮은 종교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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