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협상 ‘고용유지’가 1순위” vs 경상대 “채용은 학과 소관”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정의당 여영국 국회의원이 지난 17일 오후 경남 진주 소재 경상대학교를 방문해 이상경 경상대 총장, 신희석 경상대병원장 등 대학교 관계자들과 시간강사 등 비정규직 근무자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경상대 비정규교수노조는 오는 8월부터 시행하는 강사법을 앞두고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3일부로 전면파업·천막 철야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그동안 전국적으로 1만 5000여명의 시간강사들이 해고됐다”며 “정부는 선한 정책을 도입하려는데 실제 당사자들에게는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대학교에서는 실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살펴보고자 한다”고 방문목적을 설명했다.

경상대 교무과 관계자는 “강사법 시행에 있어 해고가 문제가 될 것인데, 사립대와 달리 국립대는 강사나 강좌의 인위적인 축소는 없다”며 “강좌 수 감소도 학생 수가 줄다보니 발생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570여 강좌가 있었는데 올해 약 40강좌가 줄어 감소 폭은 몇 %도 안 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강사 채용에 관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해당학과에서 주관해왔기 때문에 본부에서 간섭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대학본부는 학과에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을 강제할 수 있지만, 채용을 인위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이는 강사법 이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강사 자리는 학맥을 통해 물려받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해당 대학 출신이 강의를 독점하고 대학 내 권력 구조의 고착화 문제가 생기자, 개정 강사법에는 공개채용을 통해서만 인원을 뽑도록 정했다.

이에 노조는 강사법 도입 이후의 100%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을 놓고 대학당국과 지난 3월 21일~5월 23일 총 5차례에 걸쳐 단체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특히 ‘월 99만원’이라는 시간강사의 ‘저임금’에 대해 이상경 경상대 총장은 “결국은 예산이다. 대학 등록금은 10년간 동결이었지만 강사임금은 꾸준히 올려왔다”며 “시급 3만원이 안 되는 대학도 있는데 경상대는 9만원 선이라는 점 등은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득했다.

이어 파업에 대해 이 총장은 “지성적 집단의 노조는 다른 노조와 구분해줬으면 좋겠다. 충분히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를 대학교에서 굳이 저렇게 천막을 쳐야 하는지는 의문”이라며 “학비도 경북대, 부산대를 포함한 거점국립대 중에서 가장 낮고 학생 수도 적다. 이런 내용들도 고려해야 되는데 과연 그런 이해는 있는지 모르겠다”고 못마땅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날 서승주 한교조 경상대분회 사무국장은 “아직 성적입력을 거부한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며 “협상에서는 ‘고용유지’가 가장 중요한 안건이다.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단체협상에서 서로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상대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성적입력 이뤄지지 않을 시 학점 인정이 되지 않고, 학생들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전산상으로는 현재 임의로 성적입력을 할 수 없어 파업이 장기화되면 학생들의 졸업, 나아가 취업까지 문제가 된다.

성적입력 마감은 오는 26일까지로 파업이 장기화로 번지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9일 오후 예정된 6차 단체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경상대학교 전업 시간강사는 총 331명으로 현재 한교조 경상대분회 조합원 수는 17일 현재 98명이다. 노조는 아직 가입하지 않은 강사들도 가입을 권유하는 등 조합원을 늘려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