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세계대회 금·은메달리스트

친형 따라 도장 갔다가 선수돼

고교시절, 힘들어서 도망가기도

대학교3학년 ‘국가대표’ 타이틀

“유도도장 100호점 세울 꿈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시합에서 중요한 것은 정신력입니다. ‘진다’는 생각은 절대하지 않고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죠. 그럼 정말 이깁니다.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니까요.”

지난 17일 천지TV 보이는 라디오 ‘운동극장’에 대한민국 전(前) 유도 국가대표 김민규 코치가 출연했다.

2005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7 방콕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유도 81kg 이하급 은메달, 2011 여명컵 전국유도대회 남자 81kg 이하급 금메달, 2011 전국체육대회 유도 남자 일반부 개인전 81kg 이하급 금메달, 2011 KRA 코리아월드컵 국제유도대회 남자 81kg급 은메달 등 화려한 이력의 김 코치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유도선수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친형을 따라 도장을 다니면서부터다. 김 코치는 원래 태권도를 했었고, 시합에 나가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형과 함께 도장을 다니며 낙법도 배우고 즐겁게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태권도에서 유도로 전향하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도장에서 형들이랑 ‘탱탱볼’을 사용해 축구하고 놀면서 재미있게 운동했다”면서 “결정적으로 유도선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유도 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다가 1등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형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3등 정도였는데 나는 1등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을 이기다보니 흥미가 생겼다”며 “어릴 적에는 작고 왜소한 체구였는데 그런 내가 나보다 큰 사람들을 제압하니 재미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중학교 때 전국대회에 나가서 두 번이나 3등을 했고 이후 차근차근 성적을 올려갔다고 했다. 고등학교는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다녔다. 하지만 선후배간 엄격한 질서와 빡빡한 훈련일정으로 선수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바로 그때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수중에 있던 100만원을 모두 인출해 집과 학교로부터의 ‘도망’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17일 천지TV 보이는 라디오 ‘운동극장’에 대한민국 전(前) 유도 국가대표 김민규 코치(가운데)가 출연해 소개되고 있다. (출처: 운동극장 화면캡처) ⓒ천지일보 2019.6.17
17일 천지TV 보이는 라디오 ‘운동극장’에 대한민국 전(前) 유도 국가대표 김민규 코치(가운데)가 출연해 소개되고 있다. (출처: 운동극장 화면캡처) ⓒ천지일보 2019.6.17

김 코치는 “도망가서 한 달 정도 버티다가 다시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집을 나왔다”며 “어떻게든 돈을 아껴보려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고기를 사서 먹었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먹고 피씨방을 갔다가 저녁이 돼서 친구의 집에 갔는데 거기에 부모님이 딱 있었다”면서 “친구가 부모님께 일렀던 것이다. 그렇게 잡혀서 다시는 집을 나갈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혼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힘든 시기를 보낸 그는 대학을 입학하고 꾸준한 성장을 이뤄 대학교 3학년 드디어 목표하던 국가대표가 됐다. 그는 “국가대표가 돼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가면서 너무 떨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이 떨릴 정도로 훈련을 많이 했다”면서도 “국제 대회에 나가서 시합을 뛰었던 것은 너무나 좋았다”고 했다.

현재 김 코치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최민호 선수와 ‘민앤마이노(Min:Mino)’라는 유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도 선수에서 유도를 가르치는 스승이 된 것이다.

이러한 그에게 유도는 더 이상 엘리트스포츠인만 배우는 운동이 아니었다. 그는 “유도에 맞는 신체적인 조건은 딱히 없다”면서 “자신의 신체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면 된다.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연마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똑같은 엎어치기도 몸에 맞게 다 다르다. 얼마나 자기 기술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며 “어려서부터 유도를 배워놓으면, 낙법을 잘 익힐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넘어져서 크게 다칠 것을 덜 다치고 스스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데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가 최민호 선수와 운영하는 민앤마이노가 경기 하남 본점을 포함해 인천, 울산, 서울 장한평, 화성 새솔동 등 5곳에 차려진 것을 보면 그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김 코치는 자신의 꿈에 대해 “앞으로 도장을 100호점까지 만들어서 자체 시합도 열고 합동훈련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엘리트선수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운동 감독들과 관련해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김 코치는 “요즘 운동할 때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엄하게 대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러면 체력을 키워줘야 할 아이들을 키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스스로 알아서 운동을 잘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의지가 부족한 아이들은 옆에서 끌어줘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게 됐다고 생각된다”며 “그렇게 아이들의 정신적인 부분이 약해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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