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19.6.17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천지일보 2019.6.17

“사형하라” 靑청원 16만 동의

인권위, 정부에 제도폐지 권고

정부 “국내외 상황 고려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고유정 전 남편 살해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등과 같은 흉악범죄가 이어지면서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흉악범의 사형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는 반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정부에 사형제 폐지와 관련한 국제규약 가입을 권고, 이를 정부가 거절하자 재권고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쌍한 우리 형님을 찾아주시고, 살인범 ***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해당 글에는 이날 오후 7시를 기준으로 16만 5050명의 동의가 달렸다. 이 청원은 고유정 전 남편의 유족 측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살아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는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 더 참혹하고 참담했다”며 “이제는 죽음을 넘어 온전한 시신을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유족들은 이러한 상황에 숨을 쉬는 것조차 버겁다. 매일을 절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형님은 대학원 연구수당과 아르바이트를 해 양육비를 보내는 성실한 아버지였다”며 “그리워하던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이제는 영원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사형을 원한다. 무기징역도 가볍다”며 “인간으로서 한 생명을 그토록 처참하게 살해하는 그녀에게 엄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 법의 준엄함을 보여달라”며 “부디 법정 최고형 선고로 대한민국의 법이 가해자의 편이 아닌 피해자의 편이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형 집행이 실행돼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국민 과반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사형제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형집행 찬성’은 51.7%로 과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사형집행 반대 및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은 45.7%였다.

반면 인권위는 사형제 폐지 관련 국제규약에 정부가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정부가 인권위의 권고를 거절한 것과 관련해선 재권고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지난해 전원위원회를 열고 위원 11명 만장일치로 사형제 폐지 관련 국제규약 가입권고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여론과 법 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를 내세워 해당 권고를 거절했다.

인권위가 가입을 권한 국제규약은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사형집행 중지 의무 및 폐지 절차 마련, 전쟁 중 군사범죄에 대한 사형 유보 등을 담겨 있으며 지난 1989년 제44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이 규정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4곳이며, 이 중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추후 절차를 거쳐 사형제 폐지와 대체 형벌 제도 도입 등에 대한 내용을 정부에 다시 권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가운데 헌법재판소(헌재)의 판결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헌법소원에 따라 헌재는 사형제 위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지난 1996년과 2010년에는 모두 합헌 결정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위헌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제주=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제주=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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