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종교단체 ‘조계종’에 왜 노조가 있을까?
[이슈In] 종교단체 ‘조계종’에 왜 노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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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지부가 4일 오전 자승 전 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출처: 불교닷컴)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지부가 4일 오전 자승 전 원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출처: 불교닷컴)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지부’
종교단체 중 국내 최초 종단 노조
“종단 내 탄압 속에서 구성된 노조”

“자정능력 상실한 종단, 감시 필요”
원행스님,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해
자승스님 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도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최대 종파 대한불교조계종엔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산하 조계종지부’라는 노동조합(노조)이 있다. 본래 노조란 일반 사회단체 근로자가 노동 조건의 개선 및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를 말한다. 노조로는 기업별, 산업별, 지역별 따위의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런데 일반 회사도 아닌 종교단체에 왜 노조가 설립된 걸까.

◆“자정 능력 잃은 조계종” 노조 설립 배경

불교뿐 아니라 개신교 등 국내 종교계에서 개별 사찰이나 산하 단체에는 극소수의 노조가 있다. 천주교 같은 경우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노조가 있으며, 조계종 사찰인 불광사에도 독립된 노조가 있다.

반면 국내 일부 종교 교단은 ‘교단 헌법’이나 마찬가지인 총회 시행규정 등으로 노조 설립을 금지하는 등 종교계는 종사자들의 노동여건이 크게 열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종교계 전체를 놓고 봐도 종단이나 교단 차원으로, 종단 전체를 아우르는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조계종지부가 처음이다.

조계종노조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노조다. 종단차원에서는 인정하지는 않지만, 종무원(조계종 사무하는 직원들)들이 만든 공식노조다. 조계종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2005년도에 기업별 노조로 종로구청에 신고했다가 압력에 의해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종단 업무를 담당하던 40여명의 종무원들이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출범 선언문에서 이들은 “지난 9개월여의 조계종단 소요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며 “종단의 안정은 특정한 정치세력의 안정, 그들만의 종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는 당시 은처자 의혹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종단 내 고위급 스님들의 비리, 그리고 이어진 종단 주류와 개혁 진영의 갈등 등 사태가 노조 설립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이들은 종단 쇄신과 운영에 노조가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할 것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 출범 기자회견. (출처: 불교닷컴)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 출범 기자회견. (출처: 불교닷컴)

◆“종교단체에 노조?” 노조 바라보는 시선

조계종노조는 노조 설립 6개월 만인 지난 3월 19일 현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원행스님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제신청을 낸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노조는 이번엔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는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승스님이 종단 수익 사업 중 하나인 ‘감로수’ 생수 판매량에 따른 로열티 약 5억원을 종단과 하이트진로음료가 아닌 제3자에게 지불했다”고 주장하며 제3자가 누군지 조속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노조가 이같이 반발하고 나서자 개혁세력인 불교시민사회단체들도 노조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이에 대해 불교계에선 조계종노조가 종무원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종단 위신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사회나 언론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다. 종단이나 교단 차원의 노조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으로, 타 종교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국내 종교의 종단이나 교단이 성직자 중심으로 운영되며 벌어지는 전횡이나, 대개 독실한 신자인 종사자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관행도 견제를 받을지 주목된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노조를 비롯한 불교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 생수비리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2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노조를 비롯한 불교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 생수비리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은 조계종노조 심원섭 지부장. ⓒ천지일보 2019.6.12

◆일반 기업과 조계종노조의 차이는?

조계종노조 박정규 홍보부장은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종교단체의 노조라고 해서 일반 사회단체의 노조와 요구사항이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일반 사회단체 노조와 같이 조계종노조가 지향하는 것은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근로조건 개선, 그리고 사회적 정치적 지위와 인권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조계종노조가 속한 조직이 종교단체다보니 종교계에서는 노조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종교계에서는 종교단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수행과 봉사로 순종으로 이뤄진 공동체라고 생각하며, 이런 원칙을 특성으로 내세워 이렇게 신앙으로 이뤄진 공동체에 무슨 노조냐며 노조 설립을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 홍보부장은 “이처럼 종교계는 자신들이 사회와는 동떨어진 별개의 집단이라는 오류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조계종노조)는 단순히 경제조건의 향상뿐만 아닌 건강한 직장을 위해 직장 내 전횡과 부조리, 비리 등을 견제해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홍보부장은 “건강한 직장을 만들고자 자승스님 배임 의혹 등의 비리문제가 있으면 종단노조가 비리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도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덧붙여 그는 종단이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응하는 것 외에는 현재 바라는 것이 없다며 “임금인상 등의 요구도 단체교섭이 돼야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적인 사회가 되고 조계종단이 훌륭한 직장이 되면 해산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해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노조를 비롯한 불교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 생수비리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2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조계종노조를 비롯한 불교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 생수비리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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