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릴레이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6.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릴레이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6.11

 

올해 1월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 한기총은 설립 초기 목회자들이 보였던 정치적 행보를 답습하기 시작했다. 보수 정치권에 힘을 실어주고자 교계 목회자들이 연합해 탄생시킨 한기총은 전광훈 대표회장에 와서 그 종지부를 찍는 듯하다.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이전부터 정치에 뜻을 둔 전광훈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이 된 후 본격적인 레이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253개 선거구에 지역연합회를 결성하는가 하면 공개적으로 기독자유당을 지지하고 더 나아가 현 정권 퇴진 운동을 하고 있다. 과격한 언행에 사퇴 및 한기총 폐쇄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본지는 전광훈 목사와 한기총의 관계를 조명하고 현상을 분석했다.

기자회견에 동원된 교인들

전 목사 등장에 일제히 환호

반대자와 격한 몸싸움 벌여

 

정치적 발언 쏟아낸 전 목사에

“다 우리 목사님이 뜻이 있어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우리 목사님은요, 하나님의 뜻을 전하시는 것이지 정치엔 전혀 관심 없으십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문재인 하야 촉구 1인 릴레이 단식 농성장에서 만난 한기총 측 한 교인의 말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다른 교인에게도 “우리 목사님이 다 뜻이 있으셔서 그런 것이지 정치와는 관계없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개신교계를 보면 그간 교인들이 목사의 주장을 마치 ‘성경’처럼 신봉하는 경우가 있어왔다. 대부분 목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기인한다.

최근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보에 교계를 넘어 사회가 떠들썩한 가운데 전 목사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을 보이는 교인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한기총 소속 교인들도 전 목사와 같이 문재인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극단적 주장을 펼친다. 일각에서는 그것이 그들의 판단이라기보다 맹목적 믿음이라고 지적한다.

11일 열린 문 대통령 하야 촉구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 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광폭적인 지지였다. 기자회견 시작 20분전부터 모여든 200여명의 청중들이 전 목사가 등장하자 환호와 함께 박수를 쏟아냈다. 흡사 ‘태극기부대’를 방불케 했다.

특히 전 목사가 문 대통령을 향해 “북한 가서 대통령 하라”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에 모셔놓고 너(문재인 대통령)는 그 자리(감방)로 들어가” 등의 망언을 할 때 교인들 사이에선 “옳소” 라는 말과 함께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심지어 4대강 보 해체부터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비판 내용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교인들도 있었다.

전 목사에게는 관대한 교인들이었지만, 전 목사를 비난하는 목소리엔 너그럽지 못했다.

기자회견을 보던 일부 참석자가 일어나 전 목사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자 교인들은 항의자의 머리카락을 쥐어 잡고 뒤쪽으로 잡아당겨 내쫓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이뿐 아니라 전 목사에게 다소 불편한 질문을 하던 한 기자는 지켜보던 교인들에게 둘러싸여 거칠게 밀쳐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청와대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교인들은 전 목사를 비난하는 교인들을 향해 ‘악마’부터 ‘늙은이’ ‘빨갱이’ 등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교인들 사이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이세홍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있는가?’기자회견에서 항의하자 한 교인이 그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이세홍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있는가?’기자회견에서 항의하자 한 교인이 그의 머리채를 잡아끌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우상처럼 된 ‘목사’ 뒤엔 교인이

한국교회에서 범죄 및 논란의 도마에 오른 목회자들의 사례에서는 그들을 추종하는 교인들의 무조건적인 믿음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목사의 정치적 발언에도 ‘아멘’이라 화답하는 교인들의 맹목적 믿음과 관련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교인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일부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야심이나 정치적 목적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는 것에 큰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기독자유당 홍보위원이었던 장경동 목사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주일예배 때 기독자유당 홍보 영상을 틀어주며 “기호 5번, 기독자유당을 찍어 달라”고 말해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돼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 당시 천안의 한 대형교회 목사는 성도의 국회의원 출마를 교회 주보를 통해 알리고 예배 시 스크린으로 홍보하는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목사를 향한 교인들의 무조건적인 믿음은 다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는 현재 여성 교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지만 만민중앙교회의 대다수 교인들의 충성심은 여전한 모양새다. 이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이 목사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있는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있는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성경 중심 신앙으로 돌아가야”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먼저 교인들이 깨어나서 목사의 조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한 대형교회 장로는 교인들이 우선 성경을 근거로 봐야 하겠지만 사회·정치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보를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들 가운데서도 성경을 정확히 가르치기보다 성경을 이용해 스스로 신격화하는 경우도 있다”며 “교인들이 목사의 말만 믿고 따라가선 안된다. 성경 한 구절 읽고 자기 이야길 하는 목사는 옳지 않다. 목사가 성경 전반의 맥을 짚고 말을 하는지 판단해야 하고 성경을 근거로 믿음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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