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1207 시감, 손영락 作
거친 필묵과 채색, 강인함·따뜻함 드러내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하얀 캔버스에 눈이 소복인 쌓인 간월암이 고적하게 바다 위에 떠 있다. 지금이 밤인지, 배 끝 모양이 보이지 않았더라면 여기가 바다인지 눈이 쌓인 뭍인지도 모를 희끄무레한 배경색은 감성을 묘하게 자극한다.

지난 22일부터 6일간 열린 기평 손영락 작가의 ‘산의 울림, 혼의 교향곡’은 전체적인 소재가 설원이었다. 간간이 잎이 울긋불긋하게 물들은 산이나 진분홍의 진달래 그림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작가가 내세운 눈과 바위, 고독이 뭇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양화적인 기법으로 여백의 미를 살렸으며, 거친 필묵은 바위의 올곧고 강인함을 나타냈다. 자연의 웅대함은 바위산을 아래서 위로 향하는 모습과 정상의 모습으로 캔버스에 담았다.

손 작가는 “자연과 일상이 동화될 수 있는 소재로 산의 맑은 정기를 계곡 아래로 끌어냈다”며 “수묵 위주로 작업한 후에 현실감각에 맞춰 채색을 많이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그림 속에서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이미 관광지로 유명한 한라산 백록담과 서산시 간월도 간월암, 서울 북악산을 대상으로 그렸으나 자연만 있을 뿐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슬레이트집 역시, 자연 속의 일부분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의 그림을 계속 보노라면 머리가 시릴 정도로 깨끗해진다.

그는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렸다. 구태여 무엇을 더 그려 색을 입히지 않았다. 작가는 오브제를 보는 그대로 그림에 투영한 동시에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험준한 바위산은 고달프고 고독한 인생이지만 비바람이 불어와도 끄떡없는 강인함을, 반대로 눈이 부실정도로 하얗고 예쁘게 쌓인 설경은 인생의 고독함을 덮어주는 따뜻함을 끌어냈다.

기평 손영락 작가전의 ‘산의 울림, 혼의 교향곡’은 다음달 7일부터 닷새간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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