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대회 MVP인 골든볼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강인은 '골든볼'을 수상했다. (출처: 뉴시스)
이강인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시상식에서 대회 MVP인 골든볼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강인은 '골든볼'을 수상했다. (출처: 뉴시스)

한국 남자축구 첫 골든볼 수상

18세 수상자 메시 이후 14년 만

선배들도 이루지 못한 대업

한국 축구 10년 책임질 재목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대한민국 남자축구를 이끈 에이스들을 떠올리면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등의 이름이 먼저 거론될 것이다. 이제 그 명단에 새로운 이름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대한민국 남자축구 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중심엔 ‘막내 형’ 이강인(발렌시아)이 있었다.

이번 대표팀의 막내지만 활약은 그 누구 못지않았다. 한국 모든 선수가 고루 활약하며 ‘원 팀(One Team)’으로 똘똘 뭉쳐 최고의 기록을 만들었지만, 이강인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2골 4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세계 각지의 유망한 선수들도 이강인에게서 쉽게 볼을 뺏지 못했다. 이 같은 활약은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하며 보상받았다.

한국 선수가 골든볼을 거머쥔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홍명보가 ‘브론즈볼’을 수상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단순히 한국기록만 세운 게 아니다. 만 18세 선수가 골든볼을 받은 건 2005년 대회 리오넬 메시(32, 아르헨티나)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메시는 득점왕에게 주는 ‘골든부츠’까지 차지했다.

이강인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 전반 2분께 김세윤이 얻어낸 PK를 차고 있다.대한민국은 전반 2분경 김세윤이 얻어낸 PK를 이강인 성공시켜 1-0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강인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 전반 2분께 김세윤이 얻어낸 PK를 차고 있다.대한민국은 전반 2분경 김세윤이 얻어낸 PK를 이강인 성공시켜 1-0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1명의 역대 수상자 중 11명은 20세였다. 19세는 7차례 있었다. 18세는 메시를 포함해 1987년 칠레대회 로베르트 프로시네츠키(당시 유고슬라비아), 1991년 포르투갈대회 에밀리오 페이세(포르투갈) 등 3명 뿐이었다. 여기에 이강인이 추가되며 4명으로 늘었다.

역대 수상자의 면면도 화려하다. 1979년 축구 사상 손에 꼽히는 전설 ‘신의 손’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이밖에도 2007년 세르히오 아구에로(아르헨티나), 2013년 폴 포그바(프랑스) 등 현재도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이들도 있다. 이강인이 골든볼을 받게 되면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 같은 활약에 이강인은 벌써 한국축구 10년을 이끌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과거 에이스로서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차범근·박지성과 현재 성인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 등의 뒤를 이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름이 언급된 선수들은 모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유럽리그에서 활약한 것은 물론 국가대표로서도 많은 공헌을 했다.

2월 13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서 차범근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월 13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1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서 차범근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1953년 5월생인 차범근 감독은 19세에 불과한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종횡무진하며 A매치 136경기 58골을 넣었다. 차범근이 더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한 것은 독일에서의 활약이었다.

1978년 독일 분데스리가 다름슈타트에서의 생활을 시작으로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 다수의 독일 구단에서 최고로 선수로 군림했다. 그가 12년 동안 기록한 리그 98골의 기록은 당시에 분데스리가를 뛴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기록이었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라 하면 ‘두개의 심장’ 박지성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 환상적인 트래핑 후 발리슛으로 득점을 기록하는 모습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생하다. 박지성이 몸 담았던 한일월드컵 대표팀은 4강 진출이라는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뒤 박지성 JS 파운데이션 이사장이 내빈석에서 그라운드의 후배들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뒤 박지성 JS 파운데이션 이사장이 내빈석에서 그라운드의 후배들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박지성은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의 손에 이끌려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했다. 이후 박지성은 2005년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의 부름을 받고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합류했다. 그는 이곳에서 UEFA 챔피언스 리그를 한국인 최초로 결승에 출전하고, 처음 우승하는 등 숱한 기록을 써내려갔다.

박지성의 첫 결승 진출의 계보를 이은 건 손흥민(토트넘)이었다. 손흥민은 올시즌 열린 챔피언스리그에서 토트넘의 핵심선수로서 팀의 결승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표팀에선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과 2018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전 깜짝 승리 등에서 골을 넣는 등 준수한 활약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과 콜롬비아의 평가전에서 한국 손흥민이 첫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과 콜롬비아의 평가전에서 한국 손흥민이 첫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선배들은 이강인이 차세대 에이스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차범근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이강인이라는 스타가 등장했다. 한국 축구의 큰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 골든볼까지 수상하며 스스로를 입증했다. 어느 선배도 골든볼의 주인이 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나은 출발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축구팬들은 벌써부터 이강인과 손흥민이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이강인이 한국 축구를 이끌고 어느 곳까지 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여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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