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대한민국, 우크라이나에 ‘졌지만 잘 싸웠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
[U20월드컵] 대한민국, 우크라이나에 ‘졌지만 잘 싸웠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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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U20 축구 대표팀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 은메달을 목에 걸고 응원단에 인사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강인은 대회 MVP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출처: 뉴시스)
대한민국 U20 축구 대표팀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 은메달을 목에 걸고 응원단에 인사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강인은 대회 MVP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출처: 뉴시스)

정정용 감독 경기 뒤 인터뷰서

“선제골 지키려고만 해 아쉬움”

쌓인 피로도 선수들 발 무겁게

이강인 집중 견제 속 고군분투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은 진짜로 잘 싸웠다는 의미가 퇴색된 채 때로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패한 팀과 선수들을 놀릴 때 쓰이곤 했다. 하지만 진짜 의미 그대로 활용됐을 때, 대한민국의 어린 태극전사들에게 이 만큼 잘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대한민국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막내 형’ 이강인(발렌시아)의 선제골에도 연거푸 실점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역전패를 허용,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16일 오전 1시(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대회 결승전에서 전반 4분 만에 이강인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갔다. 하지만 블라디슬라프 수프리아하에게 전반 32분 동점골과 후반 7분 결승골을 허용하고, 후반 44분 헤오르히 치타이쉬빌리에게 쐐기골까지 내주며 1-3으로 아쉽게 패했다.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시작과 동시에 선취득점을 올리며 산뜻하게 시작했다. 김세윤(대전)이 전반 2분 만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이강인이 침착하게 성공하면서 1-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이른 득점이 오히려 독이 됐을까. 무언가 살짝 떠 있는 듯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패스 정확도와 수비 시 집중력이 모두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우크라이나도 이른 실점에 당황했다. 하지만 주심이 전반 26분 선언한 ‘쿨링 브레이크 타임’이 상황을 바꿨다. 쿨링 브레이크 타임은 체감온도지수 32도 이상의 무더위 속에서 축구 경기가 진행될 경우 선수 보호를 위해 도입한 경기 도중 휴식시간이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팀 선수들이 목에 메달을 걸고 경기장에 응원 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5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팀 선수들이 목에 메달을 걸고 경기장에 응원 온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쿨링 브레이크 타임을 기점으로 경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결국 전반 33분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가 옐로카드를 받는 반칙을 범했고, 그 자리에서 시작된 프리킥이 그대로 동점골로 연결됐다. 첫 시도 때 공이 김세윤의 발을 맞고 튀었고, 다시 우크라이나가 공을 우리 페널티박스 안으로 공을 투입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 속에 슈프리아하가 골문을 가르는 데 성공했다.

끌려가던 상황에서 동점을 만든 것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우크라이나에 넘어갔다. 우리 선수들은 실수하는 빈도가 늘어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정정용 감독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미드필더 김세윤을 빼고 엄원상(광주)을 투입했다. 엄원상의 빠른 발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진영을 흔들어보려는 심산이었다.

수비라인도 포백으로 변경하면서 포메이션을 4-2-3-1로 바꿨다. 김현우를 전진 배치해 김정민과 함께 더블 볼란치로 세웠다. 김정민이 혼자 맡은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버거운 모습을 보이면서 이를 보충하려는 계획이었다. 발 빠른 엄원상은 조영욱과 윙어로 측면에서 뛰게 했다. 이강인은 조금 내려왔으나 여전히 프리롤을 유지했다.

이강인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 전반 2분께 김세윤이 얻어낸 PK를 차고 있다.대한민국은 전반 2분경 김세윤이 얻어낸 PK를 이강인 성공시켜 1-0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강인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 전반 2분께 김세윤이 얻어낸 PK를 차고 있다.대한민국은 전반 2분경 김세윤이 얻어낸 PK를 이강인 성공시켜 1-0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야심 차게 출발한 후반전이었지만 한국은 불과 몇 분 만에 역전 골을 얻어맞았다. 후반 7분 우크라이나의 역습이 매서웠다. 유킴 코노플리아가 중원에서 전진 패스를 시도했고, 볼을 받은 수프리아하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맞은 골키퍼와의 1대 1 찬스를 놓치지 않고 골망을 흔들었다.

반전을 꾀했으나 되레 실점하자 선수들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발이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한국은 4강에 오른 팀 중 유일하게 연장전을 치른 팀이다. 그래도 김성진·성형호·조민우 의무트레이너 3명과 오성환 피지컬 코치가 협업을 통해 선수 각각에 맞춘 치료법으로 부상 방지와 치료, 컨디션 유지를 빈틈없이 해왔다.

이렇게 철저한 관리 속에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르면서도 물오른 기세와 강한 정신력으로 체력문제를 잊고 싸워왔던 한국이었으나, 이날 결승전에선 역전 골을 허용하자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피로감을 급격히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이강인이 집중 견제를 받은 것도 문제였다.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우크라이나 선수 여러 명이 에워싸며 플레이를 방해했다. 그래도 이강인은 최선을 다했다.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해진 와중에도 고군분투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공을 받았고, 패스를 뿌리기 위해 열심히 빈 곳을 찾았다.

대한민국 U20 축구 대표팀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은메달을 목에 걸고 아쉬운 모습으로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강인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대회 MVP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출처: 뉴시스)
대한민국 U20 축구 대표팀이 15일(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은메달을 목에 걸고 아쉬운 모습으로 기념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U20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강인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대회 MVP인 '골든볼'을 수상했다. (출처: 뉴시스)

이강인은 후반 19분 엄원상의 머리에 크로스를 배달했다. 아쉽게도 엄원상의 헤딩은 골믄을 벗어났다. 후반 24분에도 이강인은 왼쪽에서 코너킥을 정확하게 올렸고, 이재익이 머리에 맞히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슛도 상대 골키퍼 손에 맞고 크로스바를 때리며 골문을 흔드는 데 실패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후반 44분 우크라이나의 역습 상황에서 치타이쉬빌리의 단독 드리블에 이은 왼발슛으로 쐐기 골을 얻어맞았다. 결국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며 한국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선제골을 넣은 다음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키려고만 해 아쉬웠다. 후반 골 결정력도 아쉬움이 남았다”고 답했다.

대성공을 거둔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만화 막바지에 “농구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라고 말한다. 부상으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채소연이 “농구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이 갑자기 떠올라 엉겁결에 혼잣말을 한 것이었다. 정신이 아득한 가운데서도 강백호의 진심을 내뱉은 이 대사는 이 만화를 대표하면서 동시에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을 대변하는 말처럼 쓰였다. 이를 인용해 한국 대표팀에게도 말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졌지만 잘 싸웠습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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