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붉은 수돗물 사태 17일 째인 1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원정사거리 인근의 한 식당에 '생수물 공급해 드려요. 밥과 반찬은 생수물을 사용합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6.15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붉은 수돗물 사태 17일 째인 1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원정사거리 인근의 한 식당에 '생수물 공급해 드려요. 밥과 반찬은 생수물을 사용합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6.15

노후 수도관 부식 녹물ᆢ관 청소 시급

인천시, 수년전 수도관 청소 제안 거절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인천 ‘붉은 수돗물(적수)’ 공급 사태는 예견된 사고입니다. 노후 된 관로에 이물질이 쌓여 부식된 채 녹물이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 관로청소가 시급합니다.”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인천시민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40여년간 수도 관련 전문가로 살아온 진용환(61) ㈜아산테크 대표이사는 15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몇 년 전 구제역 사태가 날 때부터 관망 관리 시설을 설치하자고 인천시에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예견된 사고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진 대표는 “수돗물 오염 원인은 낡고 부식된 수도관의 녹물 발생과 저수조 관리로 인한 이물질 유입이 대부분”이라며 “선진국에서는 상수도 수질 개선을 위해 노후 상수도관에 대한 크리닝 공사를 단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선진국은) 신관 신설 시에도 곧장 급수하지 않고 관 세척공사를 통해 공사 중 관 내부에 유입된 이물질을 청소한 뒤 물을 공급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땅 속에 (관을) 묻은 후 수십년간 침전물이 쌓이고 녹슬어 부식돼 수도관이 터지고 나서야 관을 교체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5월 30일 인천 서구에서 붉은 수돗물 사건이 시작된 지 보름이 됐다. 그동안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에서도 주민 민원이 확산됐고, 강화도에서도 민원이 발생했다. 인근 김포시도 수돗물 오염과 관련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개장을 앞둔 서울 잠실 한강수영장에서도 누런 물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016년 본지 단독으로 취재한 진 대표의 ‘상수도 세척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주장이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붉은 수돗물 사태 17일 째인 1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원정사거리 인근의 한 식당에 '생수로 만들어요'란 문구가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6.15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붉은 수돗물 사태 17일 째인 1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원정사거리 인근의 한 식당에 '생수로 만들어요'란 문구가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6.15

그가 개발한 관로 세척 기술은 ‘포리픽 크리닝 상수도 세관공법’이다. 포탄처럼 생긴 특수우레탄재질의 포리픽을 관로 새척장치구 또는 맨홀을 통해 관내에 투입한 뒤 내부에서 주행시켜 불순물을 빼내는 기술이다.

포탄형 관로 세척장치를 개발해 수도관 관리의 새로운 기술을 제시한 진 대표는 과거 수도관을 묻는 작업 과정에 대해 “가정에서 마실 물을 공급하는 수도관이 도장공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땅에 묻히는 것을 보고 절실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공사 과정 중에서 흙이나 자갈 등 오염물질이 유입됐으나 청소는 이뤄지지 않은 채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깨끗한 수돗물’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 대표는 “인천상수도본부가 15년 전 각 공사시행기관에 공문을 보내 향후 대규모택지 개발 시 신설 관과 노후 관을 통수하기 전 반드시 관로 세척 후 급수를 공급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로 인해 이번 사태와 같은 대규모 적수 민원이 발생한 것”이라며 “지속적인 청소만 해줘도 관의 부식을 막을 수 있다”며 “이를 잘 지키면 깨끗한 물 공급은 물론 누수로 인한 막대한 손실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 대표에 따르면 환경부는 원수~수돗물 꼭지 수질관리 강화를 위한 송·배수 관리기능 확대 신기술 소재 개발을 통해 ‘수돗물 수질 개선 대책’을 수립했다. 또한 신설 상수도 관망유지 관리를 위해 일정거리마다 ‘점검구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단수 불편, 기술부재, 무책임한 관행 등으로 인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간 ‘핑퐁식’ 일처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 대표는 지적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붉은 수돗물 사태 17일 째인 1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원정사거리 인근의 한 떡복이 전문점에 '생수로 조리합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6.15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붉은 수돗물 사태 17일 째인 15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원정사거리 인근의 한 떡복이 전문점에 '생수로 조리합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시작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 서구와 영종도, 강화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천지일보 2019.6.15

진 대표는 맑은 물 공급을 위해 40년간 수도전문가로서 전력을 쏟고 있다. 그는 자비를 들여 선진국 수도 기술을 벤치마킹 하는 등 수도실태 탐방과 새로운 기술 도입을 위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전면적인 재구성을 한다는 의지가 있어야 궁극적인 문제가 해결할 수 있다”며 “단시간 궁여지책으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시도로 더 큰 악재를 경험했던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늦지 않았다”면서 “대한민국의 수도발전과 국민의 생명수인 수돗물 공급 선진화를 위해 모든 수도관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 및 관리를 위한 개선점을 찾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상수도사업부 관계자는 “수도 관로 청소를 할 경우 단수를 추진해야 하는데 민원이 쇄도해 단수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앞으로 시민들에게 단수 일정을 통보해 양해를 구한 뒤 관로 청소 적용 등 다양한 방안을 간구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인천 서구를 비롯해 영종도, 강화도 등 세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195곳 가운데 149곳(76.4%)이 붉은 수돗물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인천지역 적수 피해 수습을 위해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5억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별교부세는 피해지역 주민에게 급수차 등으로 생활용수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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