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전반 시작에 앞서 한국 선발 출전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지솔, 이재익, 오세훈, 김현우, 이광연, 황태현, 김세윤, 최준, 이강인, 정호진, 고재현. (출처: 연합뉴스)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전반 시작에 앞서 한국 선발 출전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지솔, 이재익, 오세훈, 김현우, 이광연, 황태현, 김세윤, 최준, 이강인, 정호진, 고재현. (출처: 연합뉴스)

정정용 감독 지략 결승 원동력

이강인 기량 극대화 전술 구상

전술 세밀히 담긴 ‘마법노트’

선수들 “정말 도움 많이 됐다”

결승전 맞춤 전술 펼칠지 주목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지금까지 없었던 대한민국 남자축구의 새로운 마침표를 찍을 결전의 날이 밝았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이 한국시간으로 16일 오전 1시(현지시간 15일 오후 6시) 폴란드 우치의 우치 경기장에서 우크라이나와 2019 국제축구연맹 (FIFA) U20월드컵 결승전을 치른다.

현재 유럽의 스포츠 배팅업체들은 한국의 패배를 점치고 있다. 배팅정보사이트 오즈체커에 따르면 유럽 28개 배팅업체는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월드컵 결승 승리 팀으로 한국에 높은 배당률을 내걸었다. 배당률이 높을수록 적중할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한국이 더 불리하다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FIFA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대회 가장 조직적인 팀이라고 인정한 한국이다. 하지만 유럽의 도박사들 눈엔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이는 듯하다.

이번 대회에서 다채로운 전술을 펼치며 한국을 사상 첫 결승으로 이끈 정정용 감독의 지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정용 감독의 전술에 따라 얼마든지 예상을 뒤집을 수 있을 전망이다.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전반 시작에 앞서 한국 정정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전반 시작에 앞서 한국 정정용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정용 감독은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포르투갈전에 대표팀의 에이스 ‘막내 형’ 이강인(발렌시아)을 미드필드 지역에 배치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수비부담에 제대로 된 공격 전개도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정정용 감독은 과감하게 이강인을 투톱처럼, 또는 원톱 아래 바로 처진 스트라이커처럼 끌어올린 뒤 ‘프리롤’을 줬다. 사실상 자유롭게 공격할 권한을 준 것이다. 수비 부담에서 해방되자 이강인은 2차전부터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골 4도움을 올리며 팀을 사상 첫 결승으로 견인했다. 정정용 감독의 판단이 빛을 발한 것이다.

정정용 감독은 4강 에콰도르전에서도 고재현(대구)와 김세윤(대전)을 미드필드 진영에서 공격에 적극 가담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은 활발하게 경기장을 누비며 상대 빈 공간에 효과적으로 전진했다. 정정용 감독도 상대를 한 쪽으로 모는 작전에 주효했다고 말한 바 있다.

고재현은 정정용 감독의 이른바 ‘마법 노트’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대회 때 감독님이 전술 노트를 나눠주고 실험을 해보셨다. 경기장에서 관중도 많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포메이션에 따라 각자의 위치가 설명돼 있다”며 “그 노트를 매일 방에서 보고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월드컵 준비할 때와 실전에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우치[폴란드]=연합뉴스) =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정정용 감독이 1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치[폴란드]=연합뉴스) =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정정용 감독이 1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선수들에 따르면 정정용 감독은 지난 인도네시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서 전술 자료집을 나눠줬다. 어른 손가락 하나 정도 두께의 이 노트엔 상대의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우리 팀의 포메이션 3가지와 10여 가지 세트피스 등 전술 정보가 빼곡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각 상황에 따른 선수들의 위치와 역할, 동선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고, 일지를 쓸 수 있도록 뒤쪽 공간도 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현재 이 노트는 U19 챔피언십 종료와 함께 다시 거둬 갔다. 이번 대회에서는 따로 나눠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용 감독은 “나중에 갖고 다니면 좋은 쪽으로 쓰면 공유하겠지만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챔피언십 이후 저녁에 수거했다”며 “추후에 축구 발전을 위해 쓰일 수 있으면 공유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승을 앞두고 마법 노트를 다시 한번 꺼내놓을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에 세트피스 2골이 그렇게 들어갔지만, 이해도가 떨어질 거 같아서 결승전에 앞서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고재현도 “코너킥 옵션이 정말 많았는데 오히려 너무 많아서 헷갈리니까 세 가지 정도만 뽑아서 활용했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정정용 감독이 1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팀 훈련장에서 훈련에 앞서 작전판을 세워놓고 전술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 정정용 감독이 1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우치의 팀 훈련장에서 훈련에 앞서 작전판을 세워놓고 전술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한국은 결승전에서도 3-5-2 또는 3-5-1-1 형태의 전술을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이 2 또는 아래쪽 1에 위치하면서 자유롭게 공격을 이끄는 방식이 큰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강인의 정확한 위치는 바뀔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3백에서 수비 시 5백까지 바뀌며 탄탄한 수비를 강점으로 경기를 펼치는 팀이다. 촘촘한 수비벽을 뚫기 위해 발빠른 선수들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에 발 빠른 조영욱(서울)을 오세훈(아산)과 함께 투톱으로 배치한 뒤 이강인을 고세현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대회 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의 유력한 수상자로 점쳐지는 이강인은 “다른 거 없어도 되니 우승만 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고, 정정용 감독도 “준우승하면 연필 한 자루도 없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더 이상 경기는 없다. 결승에서 모든 걸 쏟아내고 사상 첫 트로피를 품 안에 안을지 대한민국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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