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최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한국테니스의 간판스타였던 이형택을 만났다. 이형택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형택은 체육인재육성재단과 테니스 유망주 지원금사업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찾았다. 강원도 횡성 출신인 그는 구제역 때문에 국내 한우의 대명사인 횡성한우가 큰 걱정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한국 테니스 최고의 스타로 활약했던 이형택은 지난해 11월 공식 은퇴식을 한 뒤 춘천에서 운영하던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를 지난 겨울 ‘이형택 재단’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자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테니스 학원’의 개념이 아니라, 장학사업과 자선사업, 테니스선수 복지사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선수를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재단법인을 만들어 장학사업 등을 하는 것은 이형택과 축구의 홍명보 감독 등 몇몇이 있을 뿐이다.

이형택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이 하고 싶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내 자신도 어려울 때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제는 주위 불우한 운동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번의 US오픈 16강, ATP투어 우승 1회,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4회 연속출전 등 한국테니스의 큰 별로 활약했던 이형택도 한때 운동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째지게 가난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이형택이 테니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지가들의 적극적인 도움 때문이었다.

이형택은 횡성 우천초등학교 이종훈 교장선생님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마 그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테니스를 할 수도 없었고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며 “먹여주고 재워주고 운동까지 시켜주시는 등 모든 뒷바라지를 마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하면서 삼성그룹과 국가 등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던 이형택은 언젠가는 받은 것을 돌려줘야겠다고 항상 생각했으며 그 시발점이 이형택 재단설립이었다고 밝혔다.

이형택은 선수생활 중 “운동선수들은 받을 줄만 알지 쓸 줄 모른다”는 말을 들을 때 아주 안타까웠다며 자신을 비롯해 태릉선수촌에서 고락을 함께 했던 대표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성화회 등에서 불우이웃돕기, 가정형편이 어려운 유망주 지원 등 다양한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 운동선수들은 예전보다 월등히 좋은 여건 속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은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면 명예와 부가 뒤따른다. 적게는 수억 원에서부터 수백억 원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재력과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누린다.

이렇게 최고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했겠지만 주위의 많은 도움도 결코 적지 않은 힘이 됐다. 그동안 유명 스타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잘난 모습을 과시하고 내세울 줄만 알았지 그늘 속에 있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는 배려와 아량을 베푸는 것을 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운동만 잘 하고 메달 성적내기에만 급급하며 스포츠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들부터 솔선수범해 자기보다 낮은 곳을 향해 선을 행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다.

운동선수에게는 운동을 잘 하는 ‘운동DNA’뿐 아니라 주위의 불우한 이웃도 살필 줄 아는 ‘자선 DNA’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두루 두루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번에 우연히 만난 이형택과 매년 성탄절날 자선축구대회를 열어 그 수익금으로 자선사업을 하는 홍명보 감독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후배 운동선수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로 전파돼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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