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文, 오슬로 연설서 “3차 북미정상회담 조속 개최”

김정은, 트럼프에 친서 전달하며 정상 담판 원해

6월 말 한미정상회담 전 4차 남북정상회담 기대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남북미 ‘톱다운’ 북핵 협상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 시점에 북미 정상은 친서외교를 재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3차 북미정상회담을 재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친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개인적이고 따뜻한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며 “아주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첫 정상회담의 1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밝히지 않았지만 북미 정상이 여전히 서로를 신뢰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는 북미 정상외교가 가동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것과 관련해 북미 3차 정상회담에 서두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출처: 미 백악관 트위터 영상 캡처) 2019.6.13
1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것과 관련해 북미 3차 정상회담에 서두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출처: 미 백악관 트위터 영상 캡처) 2019.6.13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1차 정상회담에서 협상이 결렬된 후 북미 대화는 답보 상태였다. 물밑접촉이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은 지난 5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훈련’을 이유 삼아 두 차례 시위 차원의 도발을 하며 비핵화 대화가 깨지느냐 마느냐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치며 그간 공들여온 북핵 대화 분위기를 깨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 국무부는 “대북제재는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고서도 완전한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9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미국은 북한의 석탄을 불법으로 선적하고 중장비를 수송하면서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며 북한 선박을 압류 조치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대행은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 부장을 만나 중국 해안 인근에서 북한이 대북제재를 위반해 불법 선적을 하는 장면의 사진첩을 전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제재 협력을 촉구하며 당혹스러운 깜짝 선물을 한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책설에 휩싸였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도 최근 공개석상에 나타나면서 북미 대화 분위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판문점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고(故) 이희호 여사를 애도하는 김 위원장의 조전과 조화를 전달했다. 이를 두고 대화 재개 국면으로 진입하고 분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는 실무협상이 먼저 이뤄져야 함을 나타냈다. 미 국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한 이후 “실무협상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점도 이런 측면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연말까지 새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하면서 북미 정상 간 직접적인 결단과 담판을 요구했다.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노르웨이 외교부 트위터) ⓒ천지일보 2019.6.12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노르웨이 외교부 트위터) ⓒ천지일보 2019.6.12

북미 정상 간 외교가 시동을 거는 가운데 북미대화에 촉진자로 나섰던 문 대통령도 다시 한 번 그 역할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열린 오슬로포럼 기조강연과 이어진 문답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재촉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모멘텀이 살아 있다”면서 “대화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대화의 열정이 식을 수 있다”며 조속한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적극적 평화’를 추구하겠다는 ‘오슬로 구상’을 밝히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남북미 3국 정상들은 북미 1차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대화 재개 교감이 이뤄지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은 6월이 가기 전 4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이어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지기를 희망했다.

이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외교부와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의 공동 주최로 열린 ‘평화를 창출하는 한미동맹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그간 북미가 전혀 대화나 접촉이 없었던 점을 볼 때 김 위원장의 친서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한미·남북·북미 정상회담 등이 있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지 주목된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한미는 협상 재개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3차 북미정상회담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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