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곳간, 임금도 피하지 못한 직업병은? ⓒ천지일보 2019.6.14
문화곳간, 임금도 피하지 못한 직업병은? ⓒ천지일보 2019.6.14

문서 읽고 정사 논하던 임금
‘눈병·종기’ 고정적 질병 돼
‘가체’ 올린 궁녀는 목디스크
내시는 허리디스크에 시달려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바쁜 현대인에게 뗄 수 없는 것이 ‘직업병’이다. 이 병은 동일한 자세나 업무를 반복할 경우 신체의 일부가 약화되면서 발병한다. 예컨대 컴퓨터를 자주 쓰는 직장인은 ‘목 디스크’에 약하고, 앉아서 일을 하다보면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무거운 짐을 드는 사람은 ‘허리디스크’를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임금들의 직업병은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어떤 병이 있었는지 들여다볼까.

◆조선시대 임금 질병

보통 왕들은 자리에 앉아서 문서를 읽거나 정사를 논하는 일을 했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고, 어디를 이동할 때에는 보통 가마에 앉았다. 따로 몸을 쓰는 일이 적었고, 운동량도 적다 보니 다양한 고질병이 왕들을 괴롭혔다.

그러다 보니 조선시대 태종 이후의 왕들은 눈병과 종기를 달고 살았다. 매우 건강한 체질이던 태종은 왕위에 오르고 1년 후 눈병에 걸렸다. 이듬해부터는 종기에 시달렸다. 결국 정사에는 어려움이 생겼고 원활한 국정이 돌아가지 않았다.

왕들은 종기 치료를 위해 온천욕을 자주 즐겼다. 조선왕조실록(1396년)에 따르면, ‘임금(태조)이 충청도 온천으로 행차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태종은 아버지를 뵙기 위해 온천을 방문하기도 했다. 태종 역시 풍질(風疾)로 고생하자 평주나 이천 등의 온천을 이용했다. 온천은 피부병 치료와 혈액 순환 등에 좋은 영향을 줬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엉덩이에 종기가 나기도 했다.

정사를 펼치는 업무로 정신적인 질병을 앓은 경우도 많았다. 세조는 어린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후 평생을 죄책감과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인조 역시 왕위에 오른 후 정신적인 고통으로 고생해야 했다. 인조는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이 됐는데 이때 두 번의 호란을 겪어야했다. 청나라의 침략으로 인해 일어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다. 또한 인조반정으로 유배를 간 광해군 역시 유배생활 중 화병을 앓아야 했다.

◆해로운 자세 유지하는 궁녀와 내시

임금 뿐 아니라 궁녀와 내시도 직업병을 앓았다. 조선 초부터 숙종 때까지 여인들의 머리 모양의 기본은 ‘가체’였다. 크고 화려할수록 더욱더 높은 지위를 상징했다. 보통 가체 무게는 4~5㎏ 정도에 달했다. 그런데 격식이 중요하다 보니 여성들은 꼿꼿이 목을 세워야 했고 무게를 견뎌야 했다. 이는 목 디스크를 유발했다. 또 두통과 팔, 어깨 결림 등도 동반해 여성들의 고통은 매우 심했다.

기록에 보면 목이 꺾여 죽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가체는 영조(조선 21대 왕)때 사치로 여겨지고 궁중 여인들의 목 건강 문제로 인해 금지령이 내려졌다. 대신 머리 뒤로 비녀를 꼽도록 했다.

궁중 내시들 역시 만성 요통에 시달렸다. 내시들은 늘 허리를 숙이는 자세를 유지했는데, 이는 허리디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컸다. 왕이 침수 드는 방 앞에 불침번을 설 경우에는 임금이 자는 동안 허리를 굽히고 계속 서 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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