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릴레이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릴레이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교회언론회, 한기총 감싸고 보수 대변해 문 대통령 공격

한국교회 진보 진영 총 망라해 한기총 비판 여론 들끓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30여년 한국교회를 대표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대형교단들의 탈퇴로 군소 교단 연합기구로 전락한지 수년, 올해 그나마 남아서 교세를 유지해주고 있었던 교단마저 등을 돌렸다.

현재 한기총에서 가장 큰 교세를 차지하고 있는 교단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대표총회장 이영훈 목사)와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등 두 대형교단인데, 기하성이 지난 11일 정기실행위원회를 열고 한기총 행정보류를 결정했다. 한기총이 정치적인 행보를 중단하지 않으면 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절교 선언이다. 기침도 올초 한기총에 복귀를 희망했지만, 탈퇴기간의 회원비를 책정해 1억 5000여만원을 내야 한다고 요구하자 활동을 멈췄다.

이는 현재 한기총 행보에 지지표를 보내는 교단이 회원 교단 내에서도 군소교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하야 주장을 굽히지 않고 오히려 더 강수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과격 발언은 연일 논란을 일으켰고, 급기야 한국교회가 분열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13일 한기총은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위한 국민소환 서명운동에 관한 성명서’를 통해 다시 한 번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지 않을 경우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중 대통령 국민소환제가 없으므로, 대통령국민소환의 성격으로 ‘문재인 하야를 위한 국민소환 1천만 서명대회’를 시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 하야 하지 않으면 촛불혁명과 같이 자신들도 혁명으로 대처하겠다고 위협했다. 한기총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문재인 대통령 하야 청원을 올렸지만 게시물이 삭제됐다고 이날 분노했다. 12일부터는 청와대 앞에서는 전광훈 목사 등 한기총 관계자들이 1일 릴레이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한기총은 또 교계 원로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공개 비난했다. 손 교수와 교회협의 한기총 시국 선언문 비판을 ‘반기독교적’ 행위로 규정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통령 하야 주장 등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있는가?’ 기자회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대통령 하야 주장 등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고있는가?’ 기자회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 한기총 지원사격 나선 한국교회언론회

극보수로 치닫는 한기총의 색깔론에 줄곧 보수교계를 대변해왔던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기총을 지지하고 나섰다. 교회언론회는 지난 11일 ‘교계 시국 성명, 대통령은 그 목소리를 들어야’라는 성명을 통해 한기총에 지원사격을 나섰다.

교회언론회는 “국가적 위기와 극복을 위하여 국민통합에 힘써야 하는 대통령이 지지 세력과 반지지 세력의 갈등 구도를 만들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지역과 계층 간의 갈등은 전에 없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국가 안보, 동맹국 간의 관계 등 어느 것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든 책임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교회언론회는 “한기총 대표회장의 우국충정의 목소리를 듣고, 진실 앞에 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단체를 흔든다거나 애국자 개인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며 “기독교계도 경성할 것은 3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할 때에 다른 목소리로 맞받아치지 않았다. 현재도 잠잠하나 다수의 목소리를 대신해 용감하게 외친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에 대한 공격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교회언론회는 “다수의 기독교인들은 우리 정부가 이러다가 국가를 공산주의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현 정부의 정책과 대북관계, 그리고 대통령의 언행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비난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며 온 국민의 대통령이다. 이에 겸손하게 국민들의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정의 방향을 재정비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라”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릴레이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한 시민이 ‘빤스목사 전광훈은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릴레이 단식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한 시민이 ‘빤스목사 전광훈은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 봇물터져나오는 한기총 규탄 목소리

개신교계 진보진영에서는 한기총의 행태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연이어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을 향한 규탄 성명은 물론 한기총 폐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에 이어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박득훈 목사도 언론에 등장했다. 그는 11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나와 한기총의 정치행보에 대해 “교회가 정치에 대해서 발언할 때는 부패하고 부당한 지배 세력과 결탁하는 참여를 하면 안 되는 거거든요”라며 “굳이 교회가 정치참여하려고 한다면 정말 이 땅에 고통 받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 그들의 아픔과 눈물과 그들의 고뇌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는 게 참된 정치참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기총이나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정치참여는 전혀 그런 게 아니다”며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억누르고 무시하고 폄훼하는 그런 세력과 결탁해서 이 사회를 더 어두운 방향으로 끌고 가는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도 그간의 침묵을 깨고 성명을 냈다. NCCK는 “이번 전광훈 목사의 한국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망언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그의 반지성적 반상식적 발언이 반평화적이자 반기독교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NCCK는 “우리는 같은 종교인의 광기 어린 일탈을 매우 수치스러운 스캔들로 받아들이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한국교회의 연합기관으로써의 피할 수 없는 책임으로 받아들였다”며 “이 일을 마지막으로 한국의 모든 언론이 더 이상 전광훈 목사의 비상식적 발언에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시해 주길 기대한다. 그의 끊임없는 거짓발언은 어떠한 측면에서도 한국 사회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8일 감리교회의 개혁을 위한 목회자 모임 ‘새물결’은 전광훈 목사의 사과는 물론 한기총 대표회장직의 파면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광훈 목사는 막말 파문을 중단하고 즉시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광훈 목사의 발언은 기독교 정신은 물론 사회적 통념에도 어긋나며 성직자의 발언이라고 보기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전광훈 목사는 더 이상의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막말을 당장 중단하고 국민과 한국교회 앞에 즉시 사죄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한편 평화나무는 12일 전 목사를 내란 선동 및 획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 목사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청원에서는 “전 대표회장이 개인적 판단으로 현 대통령을 ‘종북 주사파 정권’으로 임의 주장하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많은 교회를 상대로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 7일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대표가 아니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출처: 기윤실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9.6.13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 7일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대표가 아니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출처: 기윤실 홈페이지) ⓒ천지일보 2019.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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