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제니안 천지팟 수배중 출연. ⓒ천지일보 2019.6.13
디자이너 제니안 천지팟 수배중 출연. ⓒ천지일보 2019.6.13

‘구찌’의 자신감, 남성복 디자이너의 탄생
화려한 감각 잃지 않아… 기성복과 차별화
“대한민국만의 밀라노 패션쇼 만들고 싶어”

[천지일보=이지예 기자] 기성복의 절대 강자 대기업 패션 문화에 기죽지 않고 명품 디자인에 수년간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제니안 디자이너가 ‘수배중 시즌2’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천지팟의 에피소드인 ‘수다스런 배우들의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 시즌2(수배중)’ 13일 방송분에 출연한 (주)폴란티노 제니안 수석디자이너는 패션 강국인 대한민국 디자이너들의 역량을 위해 여전히 모험을 즐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앙드레김 하용수 등 패션계 거장들이 타계한 상황에서 몇 년 전부터 대한민국 패션사업은 침체기를 맞아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그 뒤를 잇는 패션 거목들의 왕성한 활동이 필요한 때, 제니안은 5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양한 도전으로 패션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제니안은 “제 옷들이 고가이지만, 기성복 시장과 타협할 생각은 없다”며 “잘 안 되면 죽음의 길이죠. 주변에서 굉장히 용감하다고 말한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제니안은 이태리 명품 ‘구찌오 구찌’ 한국자회사의 수석디자이너였다. ‘구찌오 구찌’는 창립자 구찌 가(家) 손자가 만든 브랜드이다. ‘구찌 페리오’는 그 손녀가 만드는 브랜드인 식이다.

1980년대 후반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젊은 시절 모델과 영화배우 활동을 했던 제니안은 완벽하지 않은 발음(?) 때문에 디자이너의 길로 전향하게 됐다.

할머니와 고모들이 다 한복을 지으셨다고 하니, 그에게 디자이너로서의 길은 숙명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그런데 여성복 디자인은 너무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남성복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방향을 정했다. 당시 여자가 남자 옷을 디자인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단다.

그렇게 인형같이 예쁜 얼굴을 한 여성이 남성복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지금까지 걸어오게 됐다.

제니안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게 된 사연은 ‘구찌오 구찌’가 한국에서 장사가 잘 안 돼 이태리로 철수를 하게 됐고, 그렇게 실업자(?)가 된 상황에서다.

일자리를 찾아다녀 봤지만 국내 기성복 디자인이 눈에 차지 않았을 터. 그는 국내 명품 브랜드를 내가 만들자란 생각에 이르게 됐다.

요즘도 제니안의 옷을 보고 “저 옷 명품 짝퉁 디자인이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명품 디자인을 자신이 했으니 비슷한 게 아니라 같은 것이 아니겠냐며 웃었다.

제니안은 남성들이 수트를 교복처럼 입을 게 아니라 컬러의 자유로움을 느껴보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내가 입는 스타일은 이래야만 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뱃살이 빠질 때까지 몸이 늘씬해질 때까지, 새로운 옷은 시도조차 않는 게 패션이 늘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제니안은 회원 150명 정도의 ‘페리’라는 패션동호회 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자신이 여는 패션쇼에도 등장시키는 등 옷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고객이 멋지고 화려한 옷을 소화하는 자신의 셀럽이 되는 것이다.

그는 국내 유명 화백들의 작품을 넥타이 등 제품으로 만드는 코워크 작업도 국내 최초로 시도한 바 있고 그 까다로운 화백들과도 수년간 마찰 없이 일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인간문화재로 통하는 화백의 그림도 제작에 들어가기로 계약을 했다고 한다.

제니안은 “멋을 부리는 분들은 다 내게로 온다”며 대한민국만의 밀라노 패션쇼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중국과 일본도 사실 우리보다 옷을 못 입는다. 우리는 패션 강국인데, 패션 종사자들은 실속 없이 바쁘기만 한 실태”라는 점을 꼬집으면서 “대기업이 독식하는 획일화된 상품 전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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