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들이 12일 입법회 근처 도로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콩 경찰들이 12일 입법회 근처 도로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9일부터 시위 계속… 도심 마비

시위대·경찰·기자 등 백여명 부상

홍콩 역사상 첫 고무탄 사용도

국제사회 “집회 자유 존중” 촉구

[천지일보=이솜 기자] 12일 수만명의 홍콩 시민이 벌인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시위를 경찰이 ‘폭동’으로 규정하고 물대표, 고무탄, 최루탄 등을 동원해 강경하게 진압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보건당국은 전날 발생한 도심 시위로 100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들이 7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수만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와 정부청사 건물을 둘러싸고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였으며 이들이 입법회 출입구를 봉쇄한 영향 등으로 당초 예정됐던 법안 2차 심의가 연기됐다.

부상자들은 15세부터 66세까지 다양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대부분 시위대였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과 시위를 취재하던 언론인 중에도 부상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부상자는 안정을 되찾았으나 2명의 남성은 중상을 입어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찰들이 12일 입법회 근처 도로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콩 경찰들이 12일 입법회 근처 도로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입법회 건물을 둘러싼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자, 경찰은 오후 4시부터 물대포, 최루탄, 고무탄, 최루액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홍콩 역사상 시위대 해산에 경찰이 고무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시위대의 입법회 건물 진입을 막기 위해 입법회 건물 내 최루가스와 연막탄을 사용한 사례도 처음 있는 일이다.

스테판 로 홍콩 경무처장은 전날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시위대는 날카로운 금속 막대를 사용하고 벽돌을 경찰에 던졌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며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날 시위는 평화로웠으며, 경찰이 이를 ‘과잉 진압’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이 평화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최루탄, 최루액, 고무탄 등을 사용한 것은 과잉 진압으로, 심각한 부상이나 심지어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며 “홍콩 경찰의 과잉진압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 전날 시위에서는 경찰이 쓰러진 시위대에게 곤봉을 마구 휘두르며 구타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으며, 일부 시위대는 땅바닥에 쓰러져 얼굴에서 피를 계속 흘리기도 했다. 홍콩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시위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면서 세계 시민들에게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홍콩 경찰들이 12일 입법회 근처 도로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콩 경찰들이 12일 입법회 근처 도로에서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콩 당국은 전날 저녁부터 애드머럴티 지하철역을 아예 폐쇄했다. 홍콩 정부청사도 이날 임시로 폐쇄됐다.

홍콩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국제 사회 역시 홍콩 시민들의 저항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지의 목소리를 내놨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EU),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홍콩 시민에 대한 권리와 자유 존중을 촉구했다.

독일 정부는 홍콩과 맺은 기존의 범죄인 인도 협정을 재고하겠다며 더 강한 우려를 보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라”며 “모든 당사자에 폭력 없는 대화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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