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시니어 노노족 증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활발한 시니어 노노족 증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60년 65세 이상 노인 비율 40.1%

“나를 돌아보고 인생 설계 시간 필요”

“끊임없이 학습하려는 자세가 중요해”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요즘 시니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의 가사 일부이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다 가사에는 인생 후반의 새로운 도전 의식이 담겨있다. ‘100세 시대’에 맞춤형 히트곡이라는 평도 나온다.

이 같은 노래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국민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장·노년층이 증가함에 따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직업)을 찾아 나서거나 무언가 새로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시니어가 많아지는 현상을 분석하고 실제 시니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니어층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원인으로는 평균 수명 증가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202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4.3%에 이르는 초고령화 사회에 도달한다. 206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40.1%로, 세계 평균(18.1%)의 두 배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총 인구와 65세이상 노인인구 비율 그래프(출처 : 통계청,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
한국 총 인구와 65세이상 노인인구 비율 그래프(출처 : 통계청,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일반적으로 시니어층의 모습은 은퇴한 후 전원주택에서 조용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실제 시니어층에 해당하는 장노년층의 생각은 일반적인 생각과 달랐다.

이들은 ‘은퇴 후 여행이나 다니면서 손주들 재롱을 보면서 편히 쉰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는 꿈을 갖고 있었다.

노노족으로 사는 법… 여행·취미 즐기며 젊은 세대와 소통까지

최근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신조어 ‘노노족(NO老族)’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노노족’이란 ‘노(No)’와 ‘노(老)’를 합성한 단어로 ‘젊게 사는 노인’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규칙적인 식생활과 운동으로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또 여행과 취미 활동에 적극적이면서 젊은이에게 뒤지지 않는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며 젊은층과 함께 소통하고 그들의 문화를 수용하려고 노력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노노족 트렌드에 맞춰 최근 기발한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24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자랑하는 1인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가 유튜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73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과 소통하며 여생을 즐기고 있다.

노노족은 젊은이들의 문화를 수용하고자 이전 세대보다 향상된 교육수준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문물을 적극적으로 익히려고 한다. 이들은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을 익히고자 하는 중·장년층들도 많아지고 있다. 끊임없이 자신만의 특기를 발굴하고 자기계발을 통해 지금까지 쌓아왔던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능동적인 시니어들이다.

시니어들의 활발한 모습(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시니어들의 활발한 모습(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38년간 은행에 근무하면서 10여년간 은행장을 역임했던 노대석 시니어벤처 부회장은 ‘노노족’처럼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노 부회장은 “퇴직 후 인간관계는 완전히 바뀐다”며 “직장생활에서의 관계는 사실상 끝나고,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생을 설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생활 할 때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없기에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굉장히 좋은 찬스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노 부회장은 현재 자신처럼 정년퇴임한 후배들에게 여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교육 및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경험해온 것들을 썩히는 것이 매우 아깝다고 생각해 후배들에게 재능기부 형태로 노후 설계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노 부회장은 “인생의 40%가 노년기다. 은퇴 후 대부분은 돈에 집착하는데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인생이 백팔십도 달라진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루의 시간을 잘 배분할 필요가 있다”며 “하루 중 삼분의 일은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투자하고, 삼분의 일은 여러 사람을 만나는 커뮤니티 활동을, 나머지 삼분의 일은 일정 수입을 얻기 위한 활동을 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노 부회장은 교육과 강연 이외에도 많은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커뮤니티로는 남성합창단 활동, 시니어블로그 협회, 라틴댄스 등이 있다.

노 부회장에 따르면 다양한 사람과 만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취미를 즐기는 것이 건강하게 삶을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노노족이 늘어나면서 최근 중장년들이 여행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끌었다. (출처 :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노노족이 늘어나면서 최근 중장년들이 여행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출처 :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은퇴 후 생애 설계사 활동을 하고 있는 최성욱(가명, 69, 남)씨는 “예전에는 은퇴 후에도 부모들이 자식을 뒷바라지 하는데 투자를 많이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일을 하는 데 투자하는 시니어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그러면서 아직 노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시니어들에게 “정부가 완벽한 노후 제도를 만들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 스스로가 찾겠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무언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외국의 경우 고령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시니어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민간 교육프로그램인 ‘원데이 유니버시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 2006년에 처음 도입된 원데이 유니버시티는 유명 대학교수들을 초빙해 사회·정치·경제·문화에 대한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하며 수강생들이 함께 토론하는 프로그램으로, 시니어들의 학습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캐나다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개인 교습 프로그램인 ‘이구르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1년에 처음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방문교육 프로그램으로, 디지털기기 사용법과 컴퓨터 관련 지식 등에 대한 맞춤식 교육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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