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 한 후 산책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오찬을 함께 한 후 산책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김영준 “북미 간 교착상태, 일시적 위험일 뿐”

신범철 “美 변화X… 北 ICBM 등 쏠 수 있어”

전문가 “늦어도 美대선 때 3차 정상회담 가능”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북미 양 정상이 싱가포르회담에서 ‘6.12공동성명’을 채택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핵심 의제였던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로드맵이 명시 않아 ‘선언적일 뿐’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시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북미 간 신뢰구축이 비핵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원칙에 합의했다. 양 정상이 서명한 ‘6.12공동성명’에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송환 등을 담았다.

북미 간 ‘세기의 만남’이 1년이 된 지금, 북미 관계와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는 등 성과가 있었다는 의견과 사실상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는 분석이 동시에 나오는 등 평가가 엇갈렸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냉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일부 회의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북미 간 대화의지가 확고하고 2017년과 대비했을 때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는 등 최소한 전쟁 걱정은 없어졌다는 점에서 큰 진전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은 6.12공동성명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장선으로, 비핵화 방식에 있어 일괄타결에 가까운 빅딜을 요구하는 미국과 단계적 합의·이행을 원하는 북한 간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이와 달리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싱가포르회담 이후 어느 정도 대화 기조를 유지했지만, 하노이협상 결렬 이후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1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진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도 “(6.12)공동성명만 놓고 보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지만, 결과적으로 6.12 회담 성과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와는 다른 결에서 김 교수는 “현 시점에서 미국이 오히려 6.12 정신을 깨뜨리고 있다. 6.12 협상 자체가 잘못됐고 자신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결과를 낳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6.12 이전의 시기로 되돌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하노이협상 이후 장기화되고 있는 북미 간 교착 상태를 해소할 방안과 관련해서도 김영준 교수는 “북미 양측 간 비핵화 협상 전체적인 과정을 보면 큰 그림상으로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지금의 답보 상태는 한반도 비핵화의 여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시적인 것일 뿐 큰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해석의 배경으로 하노이협상 결렬 이후 그간의 과정에서 북미 양측이 상대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일정한 선을 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하노이협상 결렬 후 양 정상이 밝은 모습으로 헤어졌고, 북한도 70년 외교사에서 미국을 향해 쏟아냈던 강력한 비난이 없었다”면서 “또한 지난달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과 최근의 대북 발언 등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거론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5일에도 “적절한 시점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중대한 시험이 없었고 핵실험도 장기간 없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센터장은 “일단 김정은 위원장이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북미 간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때도 북미 간 해법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할지, 아니면 군사적 긴장까지 포함한 최대 압박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계속해서 무시전략을 취할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연말을 시한으로 못 박았다. 당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 제시를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한 김 위원장이 연말을 시한으로 정한 데는 미국의 대선 일정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 대선과 맞물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영준 교수는 “3차 정상회담이 빠르면 연말에, 늦어도 대선국면 중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북한 카드를 활용하는 시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도 “미국 내 정치 지형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시기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재선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북한 문제가 2순위로 밀려나겠지만, 반대의 경우 북한카드를 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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