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수난의 계절이다. 국회 장기 공전에 따라 국민이 들고 일어나 청와대 국민청원란에 정당 해산 청구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11일 답변을 했다.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 정치에 싫증이 난 국민들이 도저히 두고만 볼 수 없어 자유한국당 해산청구 청원에 183만여명, 더불어민주당 해산청구 청원에 33만여명이 참여한 것이다. 이 같이 특정 정당 해산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 청원하는 것은 삼권분립적 의미에서 본다면 가능하다거나 또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올 들어 국민을 위해 한 일이라고는 거의 없고 국회에서 여야가 논쟁만 일삼았으니 주권자인 국민으로서는 화날 만하고 당연한 행동인 것이다.

헌법 규정상 정부에는 정당해산 제소권이 있어 청와대에 청원된 정당 해산 청구 결정은 정부의 권한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한국당과 민주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했는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전제돼야 하는 등 청와대가 나서서 정당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건 아니다. 그렇지만 강기정 정무수석이 이 문제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실행의사를 유보하면서 국민에게 공을 넘겼으니 청와대가 야당의 비난 실마리를 준거나 다름이 없다.

국민경제가 어려운 실정에서 국민들은 공전 중인 국회가 하루빨리 열려 산적한 민생법안을 챙기고 정부가 제출한 추경을 통과시켜 국민생활이 안정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여야에서는 자기 정당 입장만 내세운 채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조직 이기주의(利己主義)에 매달려 투쟁하는 모습만 보인다. 이렇게 국회가 장기간 정상화되지 않는 데에는 한국당이 패스트 트랙 안건의 철회, 여당의 사과 요구 등 민주당 입장에서 본다면 턱도 없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게 요인이다. 그렇다 해도 의회운영의 책임이 야당보다는 여당의 몫임을 민주당은 잘 알아야 한다.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 불만이 극에 달한 지금도 여야 원내대표들은 ‘국회정상화’라는 당연한 결론을 두고 마치 흥정하는 듯 방관하는 자세다. 정당 해산 청원까지 나섰던 국민 감정은 지난 10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한국당을 제외한 4당 대표가 참석한 초월회 모임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말한 내용에 적극 공감할 것이다. “내각제였다면 지금이 바로 국회 해산 시점”이라는 정 대표의 말은 국회가 지는 국민에 대한 무한량의 책임이 아닌가. 참으로 염치가 없는 거대 정당의 뻔뻔함에 국민들이 청와대 청원란에 정당 해산 청원도 해봤지만 메아리는 있었으되 속 시원한 답이 없다. 주권자인 국민이 할 말을 잊게 하는 작금의 정치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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