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마라 열풍을 몰고 온 핵심인 마라탕. (출처: 게티이미지)
대한민국에 마라 열풍을 몰고 온 핵심인 마라탕. (출처: 게티이미지)

“혈중 마라 농도를 유지하라”

 

마니아 주1회 이상은 기본

“생소함에 도전했다 중독”

스트레스 많은 韓취향저격

[천지일보=이승연, 정인선 기자] 대한민국이 ‘마라’에 중독됐다. ‘혈중 마라 농도’ ‘마세권(마라 음식점이 있는 지역)’ 등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대한민국이 마라에 열광하고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됐던 마라 열풍은 마니아층을 만들어 냈고 직장가, 주택가까지 마라의 영향력이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다. 빠른 확산 속도에 외식업체들은 물론 편의점, 도시락 전문점, 치킨, 배달앱까지 ‘마라 중독’ 현상을 생생하게 체험 중이다.

◆인싸 열풍에 확산속도 빨라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마라(麻辣)는 매운맛을 내는 중국 사천 지방의 전통 향신료다. 원래는 습한 기후에 음식이 부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했다. ‘저릴 마(麻), 매울 랄(辣)’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혀가 저려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이라는 의미다. 마라 향신료에는 육두구, 화자오, 정향, 후추, 팔각 등이 들어간다. 맵고 자극적인 맛을 낼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특히 ‘산초’로 알려진 화자오가 마비되는 것 같은 자극을 주는 핵심이다.

마라보다 먼저 인기를 끌었던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 역시 마라를 사용하는 음식이다. 훠궈는 원하는 재료를 육수에 담가 샤부샤부처럼 여유롭게 먹을 수 있지만 혼자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하지만 ‘마라’ 열풍의 핵심인 ‘마라탕’은 원하는 재료만 고르면 무게대로 계산해 바로 조리해 주기 때문에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런 점도 마라 열풍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역 인근 한 마라전문점에서 고객들이 마라요리에 넣을 재료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서울역 인근 한 마라전문점에서 고객들이 마라요리에 넣을 재료를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트렌드 역시 마라의 확산을 부추겼다. 일명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들 사이에서 직접 경험해 보고 사진을 올리는 분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라를 접하는 수요가 늘면서 부채질을 한 셈이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마라탕(21만 9000)’ 태그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훠궈(26만 5000개)’를 맞먹을 정도다. 훠궈가 이미 2~3년 전부터 인기 몰이를 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마라를 향한 반응이 뜨겁다는 증거다. #마라샹궈(10만 3000개) #마라(2만 4300개) #마라롱샤(6만 6500) 등의 검색어까지 추가하면 게시물은 훨씬 많다.

◆외식업계 매장확산 ‘활활’

그 덕에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식당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 국내 최초 마라탕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라화쿵부’는 대림 본점을 넘어 건대, 신촌, 이대 등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80개(오픈 예정 포함)까지 점포를 늘렸다. 지난해 말 직영점 3곳을 포함해 전체 매장수 35개에서 반년도 안 돼 2배 이상 성장한 것. 중국에서 넘어온 훠궈 전문점 ‘하이디라오’도 덩달아 인기가 더 치솟고 있다. 2014년에 문을 연 명동 1호점은 오후 늦은 시간까지도 사람이 북적일 정도다.

그럼에도 아직 ‘생소한 얼얼함’ 때문에 마라에 두려움을 갖는 경우도 많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좀 더 한국식으로 맛을 순화한 전문점들도 늘어나고 있다. 줄 서서 먹는 강남역 마라 맛집 ‘라공방’과 ‘넌! 마라탕 먹을 때가 제일 예뻐’라는 센스 있는 네온간판으로 입소문 난 ‘마라공방’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마라 입문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을 정도로 반응도 좋다.

실제 10일 빌딩 숲 사이에 위치한 ‘마라공방’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부하 직원의 권유로 오늘 처음 마라를 접하게 됐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향도 괜찮고 맛있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30대 정승희(가명, 여)씨는 “처음 먹은 마라탕은 향이 너무 강해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곳을 통해 마라요리에 빠져들게 됐다”며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얼얼함에 이제는 중독돼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오게 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화끈함도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사원증을 찬 회사원들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또한 매장 3분의 1 이상은 남성이 차지했다. 30대 조승희(여, 서울시 중구)씨도 “예전엔 한달에 한번 정도 먹었었는데 요즘엔 더 자주 먹는다”며 “매운맛에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마음대로 골라 먹는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지훈(39, 남)씨 역시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얼얼함과 매콤함을 즐기며 땀을 쏟고 나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다”며 “그 매력에 업무피로도가 높은 날 더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점심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마라공방’을 찾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11일 점심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마라공방’을 찾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9.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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