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아내가 없었더라면 내가 오늘날 무엇이 됐을 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오늘 내가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내 덕분이고, 나는 이희호의 남편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다. 나는 그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망명하던 198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강연 중 발언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77년 이희호 여사에게 보낸 옥중 편지에서 “우리는 사적으로는 가족 관계지만 정신적으로는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동행자 간”이라고도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의 회고와 같이 이 여사는 47년간 김 전 대통령과 부부이자 둘도 없는 동지였다.
1922년생으로 김 전 대통령보다 2살 많은 이 여사는 6남2녀 중 장녀로 태어나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이 여사의 어머니가 “여자도 공부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는 등 교육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는 서울대생 모임이었던 면학동지회에서 김 전 대통령과 처음 만나게 된다.
1950년대 초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 미국 스캐릿 대학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이 여사는 기독교청년학생운동, 대한여자청년당 등 사회·여성운동을 본격 시작했다.
1962년 대한 YWCA 총무로 활동 중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 혼인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으로 이사하면서 대문에 ‘김대중’ ‘이희호’라고 적힌 명패 두 개를 나란히 내걸었다는 이야기는 두 사람의 ‘동지’ 관계를 보여준다.
결혼한 지 열흘 후 김 전 대통령이 반혁명을 죄목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되면서 이 여사의 고난은 시작됐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이 1971년 대선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최대 공적으로 떠오르자,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고문을 당하게 됐다. 1973년에는 김 전 대통령의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1976년에는 3.1 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1980년 신군부의 5.18 광주 학살과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동안에도 이 여사는 쉬지 않고 옥중에 있는 김 전 대통령에게 600권이 넘는 책을 보내 공부를 돕는가 하면 출감 때까지 편지를 보냈다.
1982년 말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후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이들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대학과 교회 등에서 전두환 독재의 실상을 알렸다.
1984년 귀국 후 김 전 대통령은 1987년, 1992년 연이어 대선에 도전하지만 패배하고 이 여사의 극진한 내조 속 1997년 대선에 승리하게 된다.
영부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 여사는 여성의 사회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성부 창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여성재단을 출범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또 어린이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의 권익 식장을 위해 노력하면서 김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2000년 이 여사도 펄 벅 인터내셔널이 주는 ‘올해의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이 여사는 그와 함께 활동을 이어 나갔다.
2009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이 여사는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 선임돼 활동하며 2011년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는 방북해 상주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또 2014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북한 아동 돕기를 위해 방북을 허가해달라고 요청, 이듬해 북한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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